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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티노 세갈(Tino Sehgal)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에서 작품 <This is so contemporary!>을 발표한 바 있다. 얼핏 전시장 지킴이로 보이던 퍼포머들은 약속한 듯 일제히 “This is so contemporary!"를 외치며 춤을 춘다. ‘동시대’ 혹은 ‘당대’ 미술로 번역되곤 하는 컨템포러리 아트. 어렵다는 이유로 일반 대중들에게 천덕꾸러기가 된 이 아이를 애지중지 보살펴서 키워내는 곳이 바로 대안공간이다. 한국 대안공간 역사의 시작을 두고 1998년과 1999년 사이에서 다소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1998년 암사동에서 먼저 문을 열었던 쌈지스페이스 때문이다. 그에 반해 ‘대안공간’이라고 명시한 풀과 루프라 오픈한 것은 1999년. 그래서 통시적으로 그 시작을 1999년이라고 친다면, 올해는 ‘한국 대안공간 10주년’의 해이다.
10주년을 맞는 지금, 대안공간의 풍경을 두루 살펴보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우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 운영되었던 인사미술공간(이하 인미공)이 사실 상 폐쇄되었다. 인미공은 2009년 5월 1일자로 기관 운영혁신 차원에서 아르코미술관과 통합 운영된다. 작가 인큐베이팅, 아카이브운영 등 그간 인미공의 사업들은 아르코미술관에서 수행하게 되며, 2011년까지 임대 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 외부 기획 전시지원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러한 논의가 위원회에서 일어나기 시작할 즈음 미술관련 인터넷 게시판에는 인미공 폐쇄를 막아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제도 기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면서 서로 경쟁도 하고, 색깔로 만들어내면서 예술계에 다양한 숨구멍들을 만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정헌이) “아르코미술관의 계획대로 ‘대관 공간’이 될 운명에 있는 인미공은 그 이름만 있는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니까 말이죠.”(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인미공의 기능을 아르코미술관으로 흡수하는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인미공의 ‘기능’이란 무엇이었을까? 사실 쉽게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 “미술판에서 가장 문화수준이 높은 곳. 우리가 쉽게 접하기엔 좀 거리가 느껴지고, 그 곳에서 하는 일이라는 게 조금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는 그런 곳”(최진욱)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저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왜 하는 것인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을 담아내는 현대미술 공간의 성격 역시 비슷할 것이다.
인미공의 기능 혹은 업적을 구체적인 실적이나 수치로 설명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자는 몇몇 작가 및 해외 행사와 관련된 구하기 어려운 자료를 찾고자 할 때면 인미공으로 갔고, 워크숍이나 공연 등의 행사에 찾아가면 요즘 해외에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소식통이었다. 그래서 기자 또한 인미공의 부재가 아쉽다. 2000년 인사동에서 개관한 이래 펼쳐왔던 여러 가지 프로젝트와 이슈는 작은 씨앗이 되어 미술계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인미공에서 발간하던 잡지 《볼》 역시 10호를 마지막으로 최근 폐간됐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홍대 쪽에 운영하던 다원예술매개공간도 지난 2월 말 문을 닫았다. 미술인을 위해 만들어진 공공 미술기관이 공공(이용자, 다시 말해 미술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도 없이 문을 닫았다.
한편 인미공보다 조금 먼저 문을 닫은 쌈지스페이스는 공공 기관이 아닌 한 기업의 문화사업처였다. 그래서 운영 주체의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온 쌈지스페이스의 폐관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가 많다. 홍대 앞이 젊은 예술의 메카로 등극하기까지 쌈지스페이스는 그 초석을 닦은 터줏대감이었으며, 다리가 아프면 부담 없이 스튜디오에 들러 작품의 뒷얘기(작가의 작업 과정)을 가감 없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그 밖에 몇몇은 외부 사업으로 확장시키며 운영비를 충당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안공간은 올라가는 임대료와 예산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대안공간으로 손꼽히던 두 곳의 연이은 폐관과 더불어, 공공 기금의 단절로 인해 일명 ‘대공넷’으로 불리던 ‘비영리전시공간협의회’의 운영도 쉽지 않다. 2006년, 2007년 국제적 규모로 개최된 바 있는 AFI 행사는 작년부터 열지 못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도 공사 중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하루아침에 있다가 사라지는 대안공간의 아트씬은 ‘Contemporary’가 아니라 꽤 ‘Temporary(일시적인, 임시변통의)’해 보인다. 이제 ‘대안’이라는 말은 공간보다 문화에 붙이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이즈음, 차라리 이러한  ‘Temporary’적 속성을 춤추듯 즐기며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게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말로 암중모색이다.

-art in culture 2009년 5월호 프리즘

2009/05/13 23:13 2009/05/13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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