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당시 객원기자로 있던 선배언니 덕에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하나 생겼다. 며칠동안 아트에 밀려있던 슬라이드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단순노동이었지만 아주 재밌었다.
우선 "잡지사"라는 점, "미술계 현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슬라이드는 대부분 전시장면이나 인물이었으니,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학부 2학년생으로 슬라이드 필름 한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했던 난, 혹 지문이라도 묻을까봐 필름들 하나하나를 떨리는 손으로 정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당시 `Letter' 꼭지 담당기자였던 박희덕 선배가 독자선물인 식사권을 주겠다며(식사권이라...나를 제대로 파악했던 것이다),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러니까 지난 2001년 10월호에 대한 독자편지를 쓰라고 한 것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써서, 다음달 책에 실리게 되었다.

-----------------------------
현대공예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요즘 공예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경기도 세계 도자기 엑스포>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등이 개최되고, 발맞춰 공예에 대한 기사도 여러 언론 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공예전문잡지가 출간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art》에서도 몇 달 전부터"Young Artist"를 비롯하여 여러지면을 공예 분야에 할애했다.
공예가 붐인 이유는 뭘까? 종전까지 현대인들은 오랫동안 레디메이드 상품, 실용적 기능을 가졌던 공예에 싫증을 느껴왔다. 그리고 생활이 윤택해짐에 따라 예술적/독창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을 찾아 실용성과 예술성이 겸비된 공예의 수요가 늘어났다. 그래서인지 요즘 인사동에 나가면 공예점이 새롭게 개점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한편 《art》 10월호 `Hot Issue- 현대도예, 자생을 위한 조건들'에서 언급된 `도조(Ceramic Sculpture)'라는 새로운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실용성 면에서 이미 `공예가 아닌 공예'가 되어버린 공예의 위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회화성이 짙어진 오늘날의 공예는 나무,금속, 흙이라는 재료의 한계 이외에는 회화, 조각, 순수미술 등 여타의 장르들과 구분하기가 어려워 졌다.
정통 레스토랑보다는 퓨전레스토랑이, 클래식보다는 크로스오버 뮤직이 각광받는 이때, 장르를 구분짓는 것이 오히려 촌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수용이 아닌 남을 따라 흉내내는 모방과 한 번 지나가고 마는 유행이 아닌 새로운 예술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널들의 역할이 클것이다.

-아트인컬처, 2001년 11월호 Letters 中



-------------------------

짤막하지만 어쨌든 내이름 석자와 함께 내 글이 실린 잡지를 받아보니, 그렇게 기쁠수가 없었다. 마치 내말이 다 옳은 것 처럼 보였다.
물론 지금 보니 참 얼굴이 달아오르지만, 어쨌든 자신의 글을 인쇄매체로 본다는 것은 나에겐 참 매력적이었다.

슬라이드 정리가 잘 끝나면, "안녕히계세요"할 줄 알았었는데, 바로 그달 부터 아트 편집부에서 뉴스 단신 류를 쓰거나, 이규일 대표님의 워드를 치기 시작했다.
내 생일과 아빠 생일이 있는 11월에, 그 식사권으로 가족 외식을 했다.
어느새 또 11월이다.

p.s. 독자편지 꼭지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부활 시키는게 좋을듯 하다.
2004/11/15 00:56 2004/11/15 00:56
REPLY AND TRACKBACK RSS http://sayho.org/blog2/rss/response/22
REPLY AND TRACKBACK ATOM http://sayho.org/blog2/atom/response/22
TRACKBACK ADDRESS
http://sayho.org/blog2/trackback/22
REPLY RSS http://sayho.org/blog2/rss/comment/22
REPLY ATOM http://sayho.org/blog2/atom/comment/22
박희덕 
wrote at 2008/01/07 16:20
그당시 내가 호기자를 무료 식사권으로 꼬셨던가?... 음 어째든 본인이 좋아 했다니 다행이군...
Say Ho 
wrote at 2008/01/09 14:13
아앗...선배다..
이름 :
비밀번호 :
홈사이트 :
비밀글 :
*1  ... *598  *599  *600  *601  *602  *603 
count total 311980, today 35, yesterday 63
관리인 : Ho
rss
I am
전체
art in culture*
circus
date/a
inter-interview
vs.
post-it
aladdin's lamp
Grouchy Smurf
today's special menu
major injury
love letter(to artist)
playground
글 보관함
2012/04, 2012/03, 2012/02, 2011/12, 2011/11,
달력
«   2012/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