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자> 12월호에서 "구입하고 싶은 미술작품"에 대한 짧은 글을 부탁해서 쓰게 되었다.
근데 500자를 원고지 5매로 알아들은 데다가, 쓰다보니 1.5매 더 쓰게 되었다.
아직 책이 안나왔지만 대략 많이 짤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임민욱 작가의 에스오에스를 중심으로 썼다는 것만 전달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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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잡지에서 일을 하다보면 정말 수많은 작품을 보게 된다. 가령 베니스비엔날레를 갔다 치자. 전세계에서 마련해 놓은 국가관만 해도 100곳을 훌쩍 넘고, 각 국가관마다 작품이 10개만 나왔다손 쳐도 이미 1천개의 작품을 본 셈이다. 그 뿐인가. 아르세날레에서 열리는 본전시와 특별전에 나오는 작품 500점, 베니스 시내에는 세계 최고의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가 잘 나가는 작가들의 ‘신상’만 모아 놓은 미술관이 두 곳이 있으니 또 100점 추가요! 그래도 사고 싶은, 갖고 싶은 작품은 없었다. 본디 기자는 소유욕이 없어야 한다는데, 최고의 명성을 떨치는 작품을 봐도 ‘저 작품은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전혀 없다니, 이건 좀 너무하다. 설치 작품이 주를 이루는 ‘비엔날레형 아트’가 아니라 팔리기 위해 나온 ‘아트페어형 아트’를 봐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정말 ‘갖고 싶은 작품’이 나타났다.
그건 올해 3월의 일이다. 평소 급진적이고도 예측불허의 작업을 발표해온 임민욱이 한강으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촌스러운 데이트장소, 바로 한강유람선 선착장으로 말이다. 작가는 유람선 한 척을 빌려 약 한 시간 남짓 관객을 태우고 유람에 나섰다. 유람선의 출발과 함께 선장은 환영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한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한강 다리들을 순서대로 통과하면서 유람선 바깥의 특정 장소에 작가가 미리 준비해둔 비전향 장기수 출신 보안관찰 대상자, 갈 곳 없는 연인, 거울시위대들의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잘 짜인 각본처럼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들은 관객들은 선내 좌석에 앉아 가만히 보기만하면 되었다. 그러나 정적인 관람법과 달리 관객(나)의 마음속은 여러 가지 교감들이 얽혀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느낀, 이 감동을 영원히 소유하고 싶었다. 그 이후로도 그 날만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저릿저릿했다. 그러나 지난 봄, 딱 이틀 동안만 열렸던 이 공감각적 작품을 어찌 다시 볼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작가는 당시 퍼포먼스를 촬영, 편집해 비디오 작업을 남겼다. 그리고 그 비디오는 현재 어느 미술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또한 어떠한 컬렉터는 그 비디오 영상을 갤러리를 통해 구매했다고 한다. 내가 사고 싶은 건 결국 잔해가 아니라, 비디오 영상도 아니고 똑같은 퍼포먼스를 재현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이른 봄의 을씨년스러웠던 ‘그 날 밤’을 소유하고 싶다. 결국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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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9:35 2009/11/1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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