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id #718
categorized under circus & written by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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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요괴들’ 심사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심사 과정은 작년보다 2배 어려웠지만 200배 재미있었다.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보다 양적 부담. 공모자가 2배로 늘어났으니, 시간과 노력이 2배로 필요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몰려오는 피로감이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겹지가 않았다. 지난 공모전에서는 '대학교 졸업 예정자'로 제한을 두고 있었지만, 올해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모두 수용했기에 응모작의 다양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출품작들은 회화 작품이 강세를 띠며 미술시장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취가 역력하게 느껴졌다면 올해는 대개 우리가 신진 작가에게 기대할 만한 도전 의식, 참신함, 실험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그래서 더욱 기쁘고 반가웠다.
사람들은 묻는다. ‘동방의 요괴들’이 오늘의 미술계에서 난립하고 있는 여타의 공모전이나 신진작가 특화 전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2년을 연달아 심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또한 작년 첫 해로 실시했던 ‘요괴들’의 갖가지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 답을 한 마디로 명쾌하게 대답하기에는 좀 머뭇거려진다. 풀어서 대답하자면 ‘동방의 요괴들’을 만든 art in culture의 색깔을 바탕으로 그리고 잡지라는 특성에 따라 매달, 매해 옷을 갈아입듯이 동시대에서 가장 새롭고 뜨거운 것을 담아내려는 의지가 녹아 있는 예술을 수용하는 곳이 바로 ‘동방의 요괴들’이 아닐까.
그래서 ‘요괴들’의 정체성은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요괴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올해의 ‘요괴들’의 작품 경향은 몇 가지 특징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기만의 사소한 이야기를 꿋꿋이 전개해 나가는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일상’이라는 주제가 신진 작가 작품에서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현상이지만, 작가적 상상력과 일상이 만나는 지점이 한층 더 내밀화, 다각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매체를 다루면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도 큰 장점이다. 또한 요즘에는 학생 시절부터 전시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서인지,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센스가 전혀 ‘풋내기’스럽지 않았다. 즉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남들 앞에서 세련되게 보이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대의 모순을 비트는 작업보다는 주변에서 찾은 소재들을 재해석, 재편집해서 다시 보여주는, 즉물적 단선적 접근 방식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회화 작품들의 경우는 역시 유화나 아크릴화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포토샵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디자인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몇몇 작품에서 ‘새로운 회화’의 출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정 물건을 극사실기법으로 그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그림이 아직도 등장하는 현상을 보면서, 혹시 신진 작가들 스스로 또 다른 ‘입시 미술’에 젖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일부 그림은 발랄함과 장식성만 있을 뿐 특정한 개념이나 가치관이 전혀 읽히지 않아 작품보다는 일러스트에 가까워 보였다. (이들에게는 ‘동방의 요괴들’보다는 ‘바른손카드’로 포트폴리오를 내보시길 권유한다.) 또 다른 특이 사항은 경제 한파, 시대의 우울증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작품이 많았으며, 외로운 현대인의 정서를 반영하는 듯 (애완)동물에 관련된 작업이 매우 자주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응모작 중에는 특정 작가를 떠올리는 작품도 간간이 보였지만 이는 요즘처럼 상호참조가 난무하는 미술계 상황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작가들 사이에서 모든 공모전은 ‘운’이라고들 말한다. 사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사 모든 것이 ‘운빨’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여타의 공모전에 비해 이번 ‘동방의 요괴들’의 심사 과정은 비교적 충실했으며 심사 기준도 매우 객관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 심사에서는 물론 양보다 질이 우선시되었지만, 작품 양도 꽤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출품작 수는 많을지라도, 비슷한 논리로 작동되는 단일한 컨셉트의 작품 역시 ‘자격 미달’로 간주했다. 또한 이미 다른 공모전이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가급적 지양하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선정 조건은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작가 경력란을 한줄 채우는 것보다는 ‘동방의 요괴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프로페셔널 작가로 발돋움시키려는 것이 본 공모전의 근본 취지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p.s 탈락한 작가들 중에는 만약 나 혼자서 내 마음대로 심사했다면 뽑아주고 싶었던 작가도 몇몇 있다. 이런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활동상을 꼭꼭 숨어서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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