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는 보수 성향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언론법은 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 기자라고 이 지면에서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다소 ‘장르 이기주의’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이어 벌어진 지난 12월 5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김정헌 전 위원장의 해임 사태에 대해 미술인의 입장에 가까이 서서 바라보고자 한다.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 지난 해 3월, 유인촌 문화부장관의 이 발언은 “문화예술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문화예술위 위원은 문예진흥법에 따라 결격 사유에 해당하거나 심신상 장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는 조항보다 효력이 있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말고도 한국언론재단 이사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TV) 사장 등 15곳의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임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신문유통원의 경우 전임 기관장이 임기를 채웠지만, 후임 기관장으로 각각 뉴라이트 단체인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자문위원을 지낸 사람이 맡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연말, MBC 프로그램 <100분 토론> 400회 특집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보수 정치는 마땅히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아무리 미운 놈이 있어도 때려서 내쫓으면 안 된다.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화부에서 ‘특별 감사’를 통해 밝힌 김정헌 전 위원장의 해임 사유는 영 석연치 않다. 먼저 문화예술위가 메릴린치 증권 등에 700억 원을 예탁해 101억 원의 평가 손실을 냈다는 사유는, “상대평가를 통해 C등급 이하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고, 경제 한파로 인해 문화부의 관광기금마저도 손실이 났으니 타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보다도 안타까웠던 해임 사유는 전시공간 제공 목적으로 지원받은 방송발전기금 10억 원 중 3억 원을 당초 목적과 다르게 작가 주거용 빌라 임대에 썼다는 것, 그리고 아르코미술관의 카페 운영 사업자를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미술계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판단이다.
우선 전자의 경우를 짚어보자. 바로 인사미술공간이다. 인사미술공간은 처음 인사동에 가나아트갤러리 소유의 인사아트센터를 거쳐, 학고재 건물에 있었다. 그러나 점점 상업화 관광화되어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원서동으로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지금 들어가 있는 건물은 원래 10억 원짜리 매물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문화예술위에서는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는 규칙이 불거져 나와 전세로 돌려 7억여 원에 계약하게 됐다. 여기서 생겨난 차액으로 인사미술공간 뒤편 건물을 추가 임대해 작가들의 레지던스로 사용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인사미술공간, 아르코미술관의 전시와 행사에 온 해외 작가들은 따로 숙소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다. 그 후 해외 전시를 자주 여는 다른 기관에서도 빌라 운영을 따라할 정도로 좋은 선례가 됐다.
후자는 테이크아웃드로잉 아르코점의 이야기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성북동에서 먼저 자리를 잡아 적극적인 기획을 선보이던 프로젝트형 갤러리 까페다. 테이크아웃드로잉 대표 최소연이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참여했던 공공미술 프로젝트 <접는 미술관>은 2006년 문화예술위가 제정한 ‘올해의 예술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시 말해 아르코미술관에 입점한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요식업주’가 아닌 미술단체로 봐야 마땅하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들어온 이후 각 전시 컨셉트에 맞는 오프닝리셉션을 달리 열 수 있었고, 최근 열린 <안규철 테이블>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아르코미술관 지하 1층과 2층 전시장과 떨어져 있어 그동안 자료실이나 부대전시실 등으로 쓰이며 정체성이 애매했던 공간이 비로소 독립적인 예술 장소로 탈바꿈했다.
사실, 이 모든 내용은 많은 미술인들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헌 전 위원장은 3년의 임기 중 1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고, 뒤이어 백지숙 아르코미술관장과 박명학 사무처장은 각각 사직, 면직 처리됐다. “예술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문화예술위원회의 표어는, 이제 주어와 목적어의 위치를 바꾸어야 할 듯하다. 위원회-사무처-미술관의 수장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 지금 상황은 우리 미술계에 적지 않은 정신적 실질적 박탈감을 안겨 준다.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진 공연계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공연계에 활력을, 국민에게 감동을!’이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까지 직접 개최한 유인촌 장관. 그의 집권 이후, 각종 문화예술 관련 행정기관의 중심이 공연 분야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느낌을 좀처럼 지울 수 없다.

-art in culture 2009년 1월호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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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돌아가는 상황

1.험한 사냥을 마치고 난 개에게 고기를 던져 주듯, 기무사 건물을 턱하니 내줬다.
2.인미공의 초청장을 한번도 못 받아보셨다고 아예 문을 닫으라고 하는 건 좀...주소록 수정만 하라면 될 것이지.
2009/01/16 21:17 2009/01/1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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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wrote at 2009/01/17 13:15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Say Ho 
wrote at 2009/01/17 14:05
ㅎㅎ 감사
반이정우 
wrote at 2009/01/23 15:02
이후 관전 포인트.
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2. 인미공의 주소록은 누가 수정할까.

보너스.
1. 박수근 전문가는 정말 누굴까.
Say Ho 
wrote at 2009/01/19 11:35
너무 깜짝 깜짝 놀란 나는
Oh Oh Oh Oh Oh Oh Oh
유목민 
wrote at 2010/04/04 23:36
'예술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말 참 멋지지만
요즘은 이 말이 통하지 않죠.
말이 죽이 버리니 삶이 죽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뭐든지 거꾸로 가는 것인가요. 그래서 역주행이라고 하나요.
문화정책은 지원하되 간섭하는 대원칙이 있는데 말입니다.
시인 김수영의 말이 생각나네요.
문화예술은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고
문화예술의 자율적 책임성을 말한 것인가요.
보들레른 예술이 선이나 진에서 독립하여
미 자체의 스스로의 자율성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창하여 현대서구모더니즘의 시조가 되었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주입하고 받아쓰기하게 방식이랄까요
70년대식이죠 터무니없는 개입과 간섭이
사회의 공기에 독성을 뿜어져 나와 숨이 막히는군요.
하여간 야생의 회복이라면 좋지만 야만의 시대가 도래했군요.
1964년 시인 김수영은 전문화부장관 이어령씨와 논쟁을 통해
그의 보수성을 호되게 나무랐지만
한국사회에 그마나 이어령만한 보수문화인도 드문 게 걱정입니다
하하 주제넘게 너무 목소리를 높였죠. 좋은 4월이길 빕니다.
sayho 
wrote at 2010/04/09 12:06
맞는 말씀만 하시네요 ^^
shl 
wrote at 2010/04/25 23:40
안녕하세요~~^^ 동덕여대 큐레이터과 학생이에요!
지난학기에 저희학교 오셔서 강의하셨던거 기억하세요?
그때 이 블로그 보여주셨는데 지금 우연히 작가 검색하다가 들어오게 됐어요^^
기자님 아니 선배님?! 넘 반가워서 이렇게 글 남깁니다~.
그때 특강 정말 재밌게 들었었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학교에 또 특강하러 와주세요:) 꼭이요~~
그럼 건강하시길 바라며~^^
sayho 
wrote at 2010/04/26 11:53
그래요. 또 만날 일 있을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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