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국가에서 설립하고 운영하는 미술관이라는 점에서라도 과연 합당한 말이다. 따라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일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맡고 있는 주요 역할 중 하나일 것이다. <박하사탕>전은 그런 측면에서 “임무완수!”를 우렁차게 외치고 있다. 이 전시는 ‘한국미술의 세계화’라는 모토를 달고 국립현대미술관 강승완 학예연구관이 기획하여,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칠레 산티아고현대미술관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미술관에서 성공리에 전시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리고 현재 개관 40주년을 맞아 과천에서 귀국보고전이 열리고 있다.
중남미 지역은 한국과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생소하기는 하지만, 경제적인 교류에 힘입어 양국 간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군부 독재 체제의 종식과 민주화로 이어지는 유사한 현대사를 겪으면서 정서적 이해의 폭도 넓다고 파악된다. 중남미 지역에 본격적으로 한국미술을 알린 <박하사탕>은 첫 번째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기획력과 엄선된 작품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2007년 칠레 일간지에서 그 해에 가장 주목을 받았던 7대 전시에서 상파울로비엔날레를 제치고 1위로 꼽힌 일은 가히 한국현대미술이 이뤄낸 쾌거라고 일컬을 만하다. 또한 아르헨티나의 한 매체에서도 “<박하사탕>전은 한국미술의 핵심 키워드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의 미술작품들에 대한 풍부한 파노라마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절정기를 맞고 있는 한국미술이 세계현대미술계에 제시하는 흥미로운 여러 제안들과 큐레이팅의 기준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귀국전은 앞서 중남미에서 열린 전시보다 훨씬 큰 규모로 마련되었다. 23명의 참여 작가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보다 넓어진 장소에 맞게 50여점을 추가시켜 총 1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물론 전시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았다. 제1부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80년대가 남북분단, 군사주의, 민족주의, 자본주의 등의 이데올로기가 경직된 모습으로 정착된 시대였다면, 1990년대에는 세계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 이 섹션에는 강용석, 김홍석, 배영환, 서도호, 송상희, 옥정호, 전준호, 조습이 출품했다. 제2부는 참여작가 임민욱의 작품명이기도 한 ‘뉴 타운 고스트’라는 제목을 달고 도시 개발과 산업사회에 따라 변화한 생활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특히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경시되어 왔던 환경, 인권, 여성, 소수자 문제와 아울러 비주류 문화를 직설적으로 건드리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참여작가로는 공성훈, 김기라, 김옥선, 박준범, 오인환, 임민욱, 정연두다. 제3부는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구성수, 권오상, 김두진, 김상길, 이동욱, 이용백, 최정화, 홍경택의 작품은 1990년대 이후 대중 소비문화가 폭발하면서 전근대/근대/탈근대가 다층적으로 공존하는 한국 특유의 메커니즘과 혼종 양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 가지 섹션의 개념 틀은 한국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에게 제공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전시작들은 섹션뿐만 아니라 시각과 청각,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관객들은 어떤 점에 주목해서 전시를 봐야할까? 우선 이번 전시를 본다면 근 몇 년 간 국내외의 주요 전시공간이나 비엔날레에서 주목 받았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보며 2000년대 한국미술을 총정리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술관의 중앙홀 천정 전체를 붉은 천으로 덮어 버린 서도호의 <계단>,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섹션에서 최정화가 근래 열을 올린 플라스틱 바구니 작업 대신 내놓은 <신사숙녀 여러분>, 지난 봄 딱 이틀 동안 한강유람선을 탄 승객만 볼 수 있었던 프로젝트를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는 <S.O.S-Adoptive Dissensus> 등이 주목할 만하다. 그 밖에 박준범, 옥정호, 권오상, 이동욱 등이 올해 새롭게 제작한 작품을 처음으로 보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주간동아> 710호 CULTURE 기고 원문
-기사보기 http://weekly.donga.com/docs/magazine/w ··· 1_1.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