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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시이~ 오이시이~

지난 5년 간 사용하던(그것도 중고로 샀던) 구형 노트북이 거의 임종에 가까워 지고 있어, 이참에 가장 슬림하고 가볍다는 노트북을 장만했다. 지인들이 사용하던 걸 봐왔던 터지만, '내꺼'로 처음 만난 이 아이를 보고는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제 나는 사회부 기자처럼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바로 기사를 작성해 올리는 꼴불견이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사용 첫 날인 지금의 마음이 그렇다는 거다.
2012/02/28 23:40 2012/02/2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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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ffs! 성낙영 성낙희 2인전 @ Kim Kim Gallery 2012, Photographed by 이종명



작가 성낙영, 성낙희의 2인전 <Stuffs!>전이 킴킴갤러리에서 열렸다. 헌데, 킴킴갤러리는 전시장이 아니다. 킴킴갤러리는 작가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가 공동 운영하는 ‘곳’이지만, 장소(place)가 아닌 일종의 비정형적인 제도(institution)에 가깝다. 프로젝트에 기반하여 필요와 상황에 따라 외형(전시장 및 전시 형식)을 바꿔 가면서 갤러리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온 킴킴갤러리. 작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곳인 만큼 작가들의 입장에 서서 운영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일 것이다. 미술작품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자 했다는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갤러리는 작가를 방호하고 자율권을 주어야 한다. 전시는 우리가 속한 시대, 사회의 대중적인 취향에 도전하며, 상업화된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기 어려운 고객을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 킴킴갤러리는 작품이 이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전시 공간을 모색하며, 갤러리와 작가는 전시 공간을 함께 구현한다.”
킴킴갤러리는 2008년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작가들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각기 다른 장소에서 개최해 왔고, 심지어 지난해에는 아트페어에도 참가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최근에는 전시기획자 배은아도 프로젝트/비즈니스 매니저로 합류해, 보다 활발한 활동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킴킴갤러리와 작업하기를 원하는 작가들과 기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킴킴갤러리의 기동성 있는 기획력과 실용적인 접근 방식에서 그 이유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이에 킴킴갤러리 측은 “구체적인 아이디어 비전을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를 다양한 조건에 적용해 실현해 나가려고 한다”고 단순, 명료하게 답한다.
<Stuffs!>전을 보기 위해 낯선 동네에서 약도를 따라 전시장을 찾아 나섰다. 목적지에 다다르니 1층은 타이 음식점, 2층은 인도 음식점이 들어서 있었고, 전시장은 3층에 있다.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온갖 음식 냄새가 ‘짬뽕’되어 후각을 마비시켰고, 정확한 메뉴를 떠올릴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지 먹어치울 수 있을 것만큼 미각을 자극시켰다. 전시장 안의 상황도 비슷했다. 청각과 시각 등 모든 감각으로부터 거친 욕망이 솟아오른다. 전시장의 벽면과 바닥 등에 그려진 성낙영의 벽화는 어느 한 군데로 시선이 안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공간의 구석구석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그리고 그 벽화 위로 성낙희와 성낙영의 그림이 걸려 있다. 작품의 명제도 붙어 있지 않은 채, 두 작가의 작품이 뒤섞여 빼곡히 걸려 있다. 그야말로 온갖 비주얼 매터들이 짬뽕된 이미지의 향연이다.
게다가 작가들의 개입과 상관없이 공간 자체에서 뿜어내는 힘도 강렬했다. 지난해 작가 정서영의 개인전 <사과 vs. 바나나>가 강북,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20년 전에 건립된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서 열렸다면, 이번 <Stuffs!>전은 상업적인 인식이 강하게 드리워져 있는 강남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열렸다. 이 건물은 실제로 고급빌라에서 패션 부티크, 레스토랑, 사무실, 교회 등으로 여러 차례의 변이를 겪었다. 또 다시 용도 변경을 앞두고 공사가 들어가기 직전에 킴킴갤러리에서 임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전시장 안은 군데군데 뜯겨진 벽과 배관 및 배선 등이 그대로 나와 상업 공간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물론 이 전시가 끝나면 이 공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새 세입자의 취향과 쓰임에 맞춰 제 모습을 갖추겠지만 말이다.)
“뼈대를 채 감추지 못하고 벌거벗은 공간에 이미지 음악이 스며들었다.(…)음악적인 감성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어떤 이야기를 쏟아내는 이들의 대화는 마치 가사 없는 연주음악을 드는 것과 같다. 벽에 그려진 드로잉은 현악기나 전자음과 같은 소리를 내는 듯 곡의 중심이 되는 선율을 만들면서, 관악기처럼 굵직굵직한 목소리의 회화작품들과 함께 묘한 화음을 이룬다.” 이번 전시의 서문을 쓴 큐레이터 맹지영의 언급처럼 <Stuffs!>전은 음악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어쩌면 그 이유는 미술가치고는 특이한 성낙영의 활동 성향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성낙영은 대학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했지만, 꾸준히 미술과 음악 등의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며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다. ‘나키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2003년부터 독자적으로 음반을 발매해 온 성낙영은 2011년 파리의 레이블 타이거스시에서 음반을 출시했으며, 2010년 뉴욕의 WNYU Beats in Space 라디오에서도 공연을 한 바 있다.
성낙영의 그림은 미국이나 어쩌면 산업화 이후의 모든 곳의 뒷골목 감성을 담고 있는 듯하다. 소위 ‘하위문화’라고 불리는 청년 세대가 향유하는 대중음악, 패션 등은 물론 그들 속에 내재된 불안, 또한 그 자체로 힘이 되는 젊음의 에너지말이다. 또한 성낙영의 그림을 더욱 주목하게 하는 것은 이러한 소재에 걸맞은 표현 방식이다. 만화처럼 그려진 왜곡된 인물, 리믹스하듯 이것저것 오려 붙인 콜라주 등의 자유로운 기법은 빠른 비트의 클럽음악처럼 속도감 있게 제작되었다. 반면 성낙희의 그림은 상당히 정제된 추상회화 양식을 따르고 있으면서도, ‘우연’과 ‘즉흥’에 의한 다양한 조형 요소들의 변형과 전개로 인해 또 다른 스타일의 리드미컬한 악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성낙희의 기존 작품을 보면, 그녀 역시 벽화를 곧잘 그리기도 했는데 이번 전시 <Stuffs!>에서 성낙영이 그린 벽화와는 다르게, 보다 체계적으로 운용되는 공간감이 드러난다.
닮은 듯하지만, 실은 매우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공간에 뒤섞여 전시하는 시도는 자칫 불협화음만 난무하는 실패작이 될 수도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모든 감각들의 공명이 꽤 순조롭게 이루어졌던 것은 전시의 제작 과정에 더욱 기인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 성낙희와 성낙영은 일주일간에 걸쳐, 전시장에서 설치 및 작업했다. 공사 중인 환경, 즉 진행형의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된 작가들은 화이트 큐브에서보다 훨씬 자유롭게 그들의 그림을 변주할 수 있었다. 킴킴갤러리는 <Stuffs!>전을 기획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성낙영은 넓고 다양하며 세분화된 멀티채널의 공간을 점유하는 반면, 성낙희는 단일하고 심오한 여러 층의 공간을 창조하는데, 이들의 두 공간은 마치 지퍼처럼 연결되었고, 마치 제3자의 개입이 불가능한 모순어법과 같다. 변형이 진행 중인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는 두 작가의 상이하나 균등한 작품세계의 충돌과 공유에서 탄생할 시각적 폭발을 기대한다.” 한편 킴킴갤러리에서는 이번 전시와 아울러 흥미로운 부대행사들을 마련했다. 2월 15일에는 비하이브에서 베를린에 거주하는 독립기획자 클레멘스 크뤼멜의 강연이 온라인 화상채팅 ‘스카이프’로 진행됐고, 뒤이어 아티스트토크도 진행됐다. 또한 클로징파티로 2월 23일에는 성낙영과 재미교포 사진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애론 최(Aaron Choe)의 디제잉 파티 <Beats!>가 개최되었다.
사실 킴킴갤러리의 김나영과 그레고리 마스는 부부다. 또한 이번에 전시를 여는 성낙영, 성낙희는 자매다. 킴킴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자매인 두 작가의 특수한 관계와 상황에 주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안적 미술제도’라는 다소 거창하게 들리는 아젠다와 ‘가족’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인간 관계망의 병치. 이들의 ‘친족 연대’는 오히려 마피아같이 몰려다니는 몇몇 큐레이터와 작가들 무리보다 순수해 보인다. 심지어 이러한 ‘병치’라는 형식은 앞서 킴킴갤러리가 말했던 ‘우리가 속한 시대에 대한 도전’으로도 보인다. 그렇다고 킴킴갤러리의 모든 활동들에 주도면밀한 전략이 계획적으로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실은 그들의 진정한 전략은 비장하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철면피로) 지나쳐 버리는 듯한 특정한 제스처에 있다.

-아르코 웹진 203호 http://www.arko.or.kr/webzine_new/sub3/content_4222.jsp

2012/02/25 16:23 2012/02/2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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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ROUP EXHIBITION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19 FEBRUARY - 14 MAY 2012


Pae White, Jorge Pardo, Rirkrit Tiravanija, SUPERFLEX, and Philippe Parreno are all participating artists in the current exhibit at MoMA, "PRINT/OUT". This exhibition examines the evolution of artistic practices related to the print medium, from the resurgence of traditional printmaking techniques—often used alongside digital technologies—to the proliferation of self-published artists’ projects. Bringing together some 70 series or projects drawn substantially from MoMA’s extensive collection of prints and books, with the addition of several important loans.

2012/02/25 16:17 2012/02/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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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또 2012년이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지금에 이르렀으니...
뒤늦게 연말 정산을 마치고, 제발 남은 한 해에는 돈 때문에 쓰는 원고로 인해 피폐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근데 맥북에어 11인치가 좋을까, 13인치가 좋을까? )

2012/02/06 14:01 2012/02/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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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뉴욕 JFK공항에 도착했다. 로비 천정에 거대한 알렉산더 칼더 모빌이 걸려 있는 이 공항은 원래 1948년 개항 당시에는 뉴욕국제공항이라고 명명되었으나,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한 1963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공항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맨해튼으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차창 밖으로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본 듯한 대형 공동묘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잠시 후 휴대폰을 켜보니, 비행 동안 확인하지 못한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바로 전날인 1월 18일자 《빌리지 보이스》지에 실린 데미언 허스트의 부고 기사로 떠들썩했다. <Damien Hirst (1965~ 2012): In Memoriam>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기사에서는 허스트가 1월 12일 뉴욕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적지 않은 분량으로 그의 업적을 서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온라인 상에서는 사망의 진위 여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왔다. 무라카미 다카시 역시 이 기사에 “가고시안갤러리에서의 지나친 상업적 전시에 대한 페이크 기사일 것”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기실 가고시안갤러리에서는 세계 11개 지점에서 1월 12일부터 일제히 데미언 허스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던 터다. 물론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특종 욕심에 내심 정말로 그가 죽었기를 바라며 첼시에 있는 가고시안갤러리를 가 보았다. 역시 너무나도 평온하게 전시가 열리고 있었고, 사망 기사는 가짜로 판명났다.
구겐하임미술관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회고전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All>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카텔란은 지난 28년 동안 제작했던 작품 128점 모두를 미술관 중앙의 로툰다 홀에 줄로 매달아 놓았다. 마치 ‘천국’과 ‘지옥’으로 갈리기 직전의 사후 세계를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도상을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충격적 디스플레이는 엄청난 시각적 스펙터클을 선사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 양식을 따라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동안, 마치 교수형에 처한 것처럼 걸려 있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게 된다. 그 중에는 관 속에 누워 있는 케네디 대통령도 있고, 바위에 맞아 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흰 천으로 덮인 시체, 박제된 각종 동물들(말, 당나귀, 비둘기 등)이 있으며, 심지어 작가 자신의 얼굴을 닮은 인형도 매달아 자살을 암시하는 듯 보였다. 카텔란은 이번 전시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런데 올해로 51세 밖에 되지 않은 그의 은퇴설은 진짜일까? 그동안 온갖 거짓말과 사기성 짙은 작업들로 악명 높은 그가 아니던가.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인 1월 21일에는 일종의 ‘은퇴식’으로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총 7시간에 걸쳐 마라톤 심포지엄 <The Last Word>가 진행됐다. 심포지엄 관련 인쇄물의 표지에는 카텔란이 ‘The End’라고 적힌 묘비를 팔에 끼고 걷는 사진이 실렸다. 카텔란이 작가로서 어떤 ‘마지막 말’을 남길지 궁금해 하던 관객들은 미술관 바깥까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이 심포지엄에는 예술의 ‘종말’을 이야기한 아서 단토부터, 작가 트레이시 에민, 이론가 브라이언 오도허티, 가수 코트니 러브 등 30명이 넘는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했다. 말 많은 장례식 같았다. 그러나 정작 카텔란은 일을 핑계로 행사장에 오지 않았고, 이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의 입을 통해 카텔란의 거취가 알려졌다. 그는 곧 뉴욕에서 ‘가업(Family Business)’이라는 새 화랑을 운영할 것이고, 이 사업에는 과거 롱갤러리를 함께 했던 뉴뮤지엄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도 참여한다는 소식이었다.
2012년 뉴욕, 그곳에서는 예술가의 죽음 혹은 예술가의 은퇴조차 한낱 ‘쇼’로 이용하는 해프닝들로 새해의 첫 포문을 열고 있었다. 한편 9.11테러가 일어났던 세계무역센터에서 몇 블럭 떨어지지 않은 주코티공원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월가 점령 시위(Occ upy Wall Street)가 시작되어 그 여파가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시위대가 피켓에 쓰는 핵심 단어는 ‘1%와 99%’이다. 온갖 경제적 혜택이 집중된 상위 1%를 탐욕과 부패의 집단으로 상정하고, 나머지 99%는 철저히 소외당하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미술계도 마찬가지다. 《미술수첩》에 의하면 뉴욕과 런던에 살고 있는 예술가는 8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연간 작품매매가 10억 원 이상의 작가는 단 75명에 지나지 않는다. 0.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뉴욕 작가들 대부분은 생업을 따로 둔 채, 주말이나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작업하며, 제2의 데미언 허스트나 마우리치오 카텔란을 꿈꾼다. 그러나 1%의 성공한 예술가들은 세습 기업주나 갱단 두목과 다를 바 없이, 젊은 작가에게 자신의 명예와 부를 나눠 줄 아량 따위는 없다. 심지어 그들은 죽었고, 은퇴했지만 망령으로 떠돌며 99%의 예술가들을 괴롭힐 뿐이다. 그야말로 ‘예술 지옥’이다.
-2012년 2월호 <프리즘>

(이 기사를 탈고한 이틀 뒤, 한 작가가 "진짜로" 자살했다. RIP, Mike Kelley)


2012/02/06 12:01 2012/02/0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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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 은사께서 해 주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잘 쓴 글이란, 수려한 문체나 수사적 기교를 잘 부린 글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 글이다.” 글을 직접 쓰거나, 혹은 남이 쓴 글을 편집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지금, 종종 뇌리에 스치는 말이다. 그렇다면 ‘잘 그린 그림’은 무엇일까? 무릇 글이나 그림, 둘 다 마찬가지 아닐까? 화려한 색채나 신기한 재료를 쓰는 그림이 아니라, 정말로 그리고 싶어서 그린 그림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성식의 그림들은 참 잘 그린 것 같다. 문성식의 그림은 실물처럼 보이기 위한 회화적 기교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듯하다. 다시 말해 원근법이나 일루전 등 오랜 세월 동안 회화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요소에 문성식은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에 문성식의 그림에는 진심이 느껴진다. 먼저 문성식의 연필 드로잉 작품 <형과 나>를 보자. 연필로 박박 그은 검정색 원이 화면의 8할 이상을 차지한다. 이 그림은 작가 문성식이 친 형과 함께 낚시하던 풍경을 그린 것인데, 가운데 있는 저수지에 비해 주변에 둥그렇게 둘러쳐진 나무들과 한켠에 서 있는 인물은 매우 왜소해 보인다. 분명 추상화는 아니지만 사실적 표현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낚시터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다림의 연속일 뿐 도대체 언제나 물고기가 잡힐 지 막막하기만 하다. 여기서 낚시하는 사람은 수동적으로 기다릴 수밖에 없는 미미한 존재다. 물속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수지의 존재는 더더욱 거대하게 느껴진다. 연필로 시커멓게 칠한 저수지는 마치 블랙홀처럼 빠져들 것만 같다.
단지 연필로만 그린 그림인데도, 또 비율과 모양도 제멋대로인데도 저수지에서 형과 낚시를 했던 당시에 작가의 마음만은 잘 드러난다. 또 다른 작품 <굴과 아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간결하게 표현한 그림이지만 어두운 터널이 굴다리에서 느껴지는 끝없이 펼쳐진 듯한 캄캄함 앞에 선 두려움이 전해져 온다. 수많은 미술사학자나 미술평론가가 언급했듯, ‘사진’의 등장 이후 회화의 목표는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적 표현으로 바뀌었다. 대개 풍경화라 하면, 화가가 이젤과 화구를 들고 나가서 풍경을 보고 그 자리에서 모두 그리거나, 혹은 스케치만 하고 채색은 들어와서 천천히 완성하는 걸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문성식의 풍경화는 과거의 경험을 그리는 것으로, 기억을 더듬어 그리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문성식의 풍경화는 심리적 풍경화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연작 <노인의 집 1>과 <노인의 집 2>는 바라보는 시점이 뒤섞여 있다. 그림의 아랫부분은 정면에서 똑바로 집을 바라봤을 때의 모습이 그려진 반면, 윗부분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본 옥상 혹은 지붕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집은 실재하는 것이지만, 이 그림의 구도는 실재하지 않는다. 역시 이번에도 사실과 다른 그림이다. 전개도를 펼쳐 놓은 듯한 이 그림에 대해 물었더니, 작가는 집의 정면만큼 옥상의 바닥이나 기와로 된 지붕도 재밌어 보여서 이렇게 그렸다고 한다. 결국 작가 ‘마음대로’ 그린 것이다. 하지만 마음대로 그렸다고 해서 절대로 쉽게 그렸다는 말은 아니다. 연필로 그린 그림은 물론, 유화나 아크릴화로 그린 그림까지 나뭇잎 한 장, 풀 한포기 어느 곳 하나 쉬이 넘어가지 않고 세세하게 그려나간다.
문성식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는 시골 풍경이나 그곳의 사람들이다. 동네 잔치, 숲 속에서의 사냥, 교미하는 개들 등등. 대부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다. 문성식은 김천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곳에서 자랐고, 부모님은 여전히 김천에서 살고 계신다. 쉽게 말해 문성식의 그림은 시골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작가의 향수가 묻어나는 그림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시골 풍경을 그린다고 해서, 무조건 따뜻하고 정겨운 시골의 정경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는 어쩌면 시골에 대해 지나치게 미화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성식은 자신의 작품 <청춘을 돌려다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가 마지막에 고속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을 보고 나서 그리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시골 잔칫집에서 흥에 겨워 노래하고 춤추는 노인의 모습은 마냥 즐거워만 보이지만, 그들에게도 각자 고통스러움과 슬픔이 웃음 뒤에 감춰져 있을 것이다. 마치 김혜자가 아들을 위해 살인을 하고도 그것을 잊기 위해 춤을 췄듯이 말이다.
<무심한 교차>는 고향에 내려갈 때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도시 개발 중의 공사장 풍경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이다. 이리저리 제 속살을 드러내며 파헤쳐진 땅 틈으로 강한 생명력을 보이며 뿌리 내린 작은 꽃나무와 잡초, 그 사이로 날아다니는 새와 이 와중에 교미하는 동물까지…. 황폐화된 도시 개발의 모습이 어쩌면 오늘날 가장 일상적인 ‘풍경’이고, 그곳에서 버거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현대인의 ‘초상’임을 역설하는 듯하다. 특히 종이 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한 겹 한 겹 쌓아올리듯 그린 이 작품의 독특한 표현 방식은 마치 초상화에서 사람의 피부를 그리는 것처럼 땅의 표면을 스캔하듯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문성식은 지난 2011년에 개최한 개인전의 제목을 <풍경의 초상>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이 전시를 열면서 다음과 같은 노트를 적었다.
“세상은 말이 없다. 세상엔 하늘에 떠 있는 별의 개수만큼의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내고 빛은 그것들의 모습을 만들며 그것들은 내 안에서 풍경이 된다. 우리에게 모든 것이고 동시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들은 아름답기도 하고 추하기도 하며 절실함과 동시에 무심하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의 일부이며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내 그림이 된 것들은 그런 것들이다. 그림은 나에게 다른 이들과의 대화이며 일기이다. 동시에 잡을 수 없는 시간 앞에서 언젠가 죽어야만 하는 생명으로서 시간을 붙잡는 불완전한 하나의 방법이다.”
문성식은 소년과 영감의 모습을 동시에 갖고 있다. 큐레이터 이은주의 ‘소년의 감수성을 지닌 채, 불편한 삶의 진실을 바라보고 있는 어른스러운 관찰자로서의 시선’이라는 언급이 문성식의 작품에 대한 적확한 해석이다. 문성식은 평범하고 심지어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는자연의 모습에서 잔혹과 비극을 찾아낸다. 반면 2002년에 그린 <봄날은 간다 간다 간다>처럼 어린 시절 집에서 증명사진을 찍는 모습처럼 가족의 소소한 즐거움을 전하기도 한다.    생사가 반복되는 대자연의 순환과 그 면면의 감성까지 세심하게 표현하는 문성식의 손끝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그린 <노인>이나, 교미 중인 개를 그린 <어미와 아들> 등에서 더욱 노련하게 움직인다. 특히 그의 초기 작업 <런치 타임>, <말을 걸어오는 나무> 등에서 등장하는 향나무의 묘사는 재현, 그 이상이다.
그의 그림에서는 된장 맛이 난다. 단순히 문성식이 시골 그림을 곧잘 그려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가 그림을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문성식은 마치 도 닦는 사람처럼, 고행하듯 그림과 정면으로 맞서는 화가다. 한동안 문성식을 따라다녔던 꼬리표는 ‘최연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여 작가’였다. 그는 2005년 개최됐던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당시 대학원생 신분으로 참여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그 즈음이 미술시장이 한참 무르익어 가던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화랑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문성식의 개인전을 기다리는 관객도 많았다. 그러나 문성식은 2006년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고 무려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나서야 두 번째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린다고 모두 화가가 아니다. 진정한 화가란 그림 자체가 당면한 문제의식, 동시대 미술에서 그림이 차지하는 현재적 위치를 숙고하며 붓을 드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성식은 확실히 화가다. 요즘 젊은 작가의 경우 뭐든지 많이, 그리고 빨리 해치우라는 요구를 받고, 그리고 그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곤 한다. 하지만 화가 문성식의 그림은 된장처럼 숙성할 시간이 필요하다. 문성식의 새로운 그림이 궁금하지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보자. 그는 ‘더 잘 그린 그림’을 가지고 나올 것이다.
-네이버캐스트 <한국미술 산책>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 ··· 3Dseries

2012/02/06 11:58 2012/02/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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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공동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 <파동, the forces behind>전이 열렸다. 이들은 김민애, 정윤석+강정석+스클라벤탄츠, 옥인콜렉티브, 이완 총 4팀의 작가를 초청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소 썰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어떤 ‘공백’이 있는 듯했다.

이 전시는 두산갤러리에서 신진 기획자를 양성하는 취지 아래 2011년부터 시작한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의 결과물로, 약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강소정, 김수영, 조은비 이상 3인의 큐레이터는 당대의 사회현상과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연결짓는 키워드로 ‘공백’을 선택했다. “사회 구조에는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공백’과 같은 것들이 있다. 주민등록 말소자와 같이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존재나 급변하는 산업사회에서 제 기능을 상실해 버려진 공간은 ‘공백’이다.” 공동 큐레이터의 기획 글 중 일부다. 특히 이들은 요즘 세대의 ‘잉여’라는 독특한 문화현상에 착안했다. 경제적 생산활동과 무관해 ‘쓸데없이 남아도는 것’으로 치부되는 ‘잉여적’ 행위들은 단지 청년 실업자의 할 일 없는 인터넷 활동 같은 것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조금은 떨어져 발생하는 ‘예술’ 역시 근본적으로 ‘잉여’에 가깝다. 기획자들은 다소 부정적이면서도 희화화된 뉘앙스를 풍기는 ‘잉여’라는 용어 안에 머무르지 않고, 인터넷 방송이나 촛불시위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사건으로 폭발되어 나오는 구체적 현상에 더욱 주목한다.

달리 표현하면 ‘잉여’라는 가치는 신자유주의 이후 강조되는 경제성이나 효율성에 대한 반작용 현상과 저항 의지로 발현되는 것이며, ‘잉여짓’은 그들 나름대로의 주체적 모색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잉여적 존재들의 공동체적 연대, 혹은 잉여문화 자체에 내재한 ‘숨은 세력(the forces behind)’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조망한다. 작가 겸 영화감독 정윤석, 도시음악가 그룹 스클라벤탄츠, 강정석의 공동작업 <Siren Night>는 서울 변두리의 폐쇄된 빗물 펌프장에서 즉흥적으로 벌인 사운드 퍼포먼스를 영상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공간의 조건과 제약을 이용해 다양한 소리의 울림을 만들어 내어 버려진 공간을 위한 진혼곡을 연주한다. 공간 안에서 그 공간을 연주하는 것이다.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쇳소리와 무언가를 내려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오히려 소리를 통해 공간이 명확해 진다. 죽어 있던 공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퍼포먼스는 사제나 무당이 벌이는 제의식과 같다. 작품 속에서 강정석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콩알탄’은 작은 소음과 불꽃을 튀기며 젊은 무직자인 친구들의 신세를 상징한다. 이 퍼포먼스 혹은 공연은 사전 협의나 리허설 없이 즉흥적으로 연주되었고, 녹음도 원테이크로 진행되었다. 세 팀의 작가들의 협업은 방치되어 있던 공간을 가시화하는 동시에 어둠 속에서 일시적 연대와 교감의 정서를 만들어 낸다.

옥인콜렉티브는 옥인 인터넷 라디오 스테이션[STUDIO+82]의 신년 특집 기획 방송 <바닥의 노래를 들어라>를 선보인다. 전시 기간 중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해 총 5회에 걸친 방송녹화를 진행, 인터넷 라디오로 순차 방송한다. ‘예술과 생계’라는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생을 모색해야 하는 예술생산자들의 삶과 그 이면을 주목한다. 전시장 바닥에 놓인 설치 작업은 방송녹화 시 스튜디오로 변모하는 구조물로, 옥인콜렉티브는 전시 기간 동안 이 구조물의 안쪽의 바닥은 왁스와 광택기로 ‘광’을 내면서 관객들을 초대/환대한다. 김화용 이정민 진시우로 구성된 옥인콜렉티브는 종로구 옥인동 옥인아파트의 지명을 딴 작가 그룹이다. 2009년 7월 옥인아파트의 철거 현장에서 시작된 옥인콜렉티브는 이번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2011년 4월 철거 투쟁의 현장인 두리반에서 발기한 자립음악생산조합의 박다함과 한받을 초대하는 등 ‘바닥’과 ‘노래’에 관한 대화의 장을 펼친다.

이완은 불가항력적으로 부과된 구조 체계를 또 다른 기준으로 전환시켜 모종의 역설과 모순을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에서 이완은 <절대적 기준에 대한 내면의 불가항력적 엔트로피>를 선보인다. 전시장의 벽면과 천정을 이용해, 국기봉 형태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나 전신주의 콘크리트 소재로 된 길쭉한 막대를 기울여 놓았다. 또한 오래된 이발소 그림, 미술 관련 서적 등 주변에 있는 일상적 사물을 천정까지 쌓아 올렸다. 이 작품들은 언뜻 보기에는 꿋꿋하게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손 끝 하나로 살짝 밀기만 하면 무너져 내릴 만큼 불안한 상태다. 작가는 설치 과정 중 붕괴 직전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함을 즐기며, 절대적인 불안정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즉 사회 구조가 그러하듯 겉으로는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 안정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 이면에는 절대적인 불안정함이 내재되어 있으며, 나아가 개체의 사소한 일탈에도 붕괴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작가는 구조 속에 은폐된 불안정성과 내부의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출하여, 그것이 야기하는 위험하지만 동시에 잠재적인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제안한다.

김민애의 작업 <gallery in the>는 전시 공간 안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화이트큐브다. 흰 벽과 조명 등으로 구성된 구조물은 실제 전시 공간의 안내데스크와 마주보고 있다. 이 작업은 구조물 위에 놓여 있는 인쇄물을 가져가고 방명록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등 기능적 측면이 있다. 김민애는 공간을 활용하는 특유의 구조물들을 통해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거나, 친숙했던 것을 낯설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해왔다. 이번에는 갤러리 안에 또 하나의 갤러리 만들어, 실제로 체현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시각화함으로써, 전시공간은 물론 사회 전체를 둘러싼 구조에 대해 논평하는 것이다. 특히 이 작업 안으로 관객이 들어가게 되면 원래 갤러리를 지키고 있는 직원과 마주하게 된다. 미대생 혹은 큐레이터 지망생의 주된 수입원인 ‘지킴이 알바’ 역시 미술계 인력구조에서 볼 때 ‘공백’에 속한다. 하루 종일 멀뚱히 앉아 갤러리를 지키다 보면, 오히려 미술계의 일원이 바라던 꿈을 갉아 먹는 기분이 든다.

‘잉여 문화’를 조망한 이번 전시를 기획한, 즉 두산갤러리의 공모에 응한 신진 큐레이터들 역시 청년 백수가 아닐까 싶지만 사실 기획자 3명 모두 직장이 있다. 잡지사 기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한 명은 국내 메이저 화랑의 갤러리스트, 또 다른 한 명은 공기업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전시기관의 큐레이터라는 점에 고개가 갸우뚱하게 된다. 하루 종일 전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쪼개 외부의 기획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은 마치 지킴이 알바와 다를 바 없이 이들 역시 일터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시를 만들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겠나. <파동, the forces behind>전의 가장 큰 미덕은 그러한 전시기획자로서 펼치고픈 담론의 갈급함을 달래는 데 있어 서두르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단 한 명의 총괄 지도 큐레이터(김현진)를 내세운 큐레이터 워크숍의 구성 방식 역시 이러한 결과에 중요한 작용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이번 전시의 키워드로 사용된 ‘공백’은 전시장에서 절제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현대 사회가 쏟아 내는 화려한 이미지들과 엄청난 정보량은 오히려 이 시대의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더욱 맥을 못 추게 하는 장애물이다. 우리는 좀 더 선택의 제스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아르코 웹진 201호
http://webzine.arko.or.kr/sub3/content_4170.jsp

2012/02/06 11:52 2012/02/0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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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 용띠해에는 어떠한 일이 펼쳐질까. 다소 조용하게 지나간 2011년에 비해, 2012년은 마치 잠자던 용이 용틀임을 하듯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굵직한 전시와 행사들이 여럿 눈에 띈다. 특히 2012년은 미술계 바깥으로도 총선과 대선, 런던 올림픽 등 중요한 일정이 포진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이 더욱 설렌다.
무엇보다 올해에는 비엔날레가 많이 열린다. 잘 알고 있듯이 짝수 해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3대 비엔날레로 꼽을 수 있는 광주, 부산, 서울이 동시에 열린다. 정확한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세 비엔날레 모두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9월에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막일을 잡는 이유는, 한국으로 전시를 보러 오는 해외 인사들이 한꺼번에 3개의 비엔날레를 보고 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이때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KIAF가 열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따라서 9월에는 전시에 참여하기 위해 들어온 작가는 물론, 저명한 큐레이터와 평론가, 기자, 그리고 컬렉터까지 해외 인사들로 북적일 듯하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랜 전통과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제9회 광주비엔날레는 6명의 여성 감독이 함께 전시를 기획한다. 한국의 김선정, 일본의 카타오카 마미, 중국의 캐롤 잉화 루, 카타르의 와싼 알-쿠다이리, 인도의 낸시 아다자냐, 인도네시아의 알리아 스와스티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광주비엔날레가 ‘공동 감독제’라는 특정한 형식을 채택한 이유는 다양한 문화적 특성에 기반을 두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아시아의 젊은 기획자들의 다각적인 시각을 통해 세계 시각문화의 현장을 폭넓게 통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공동 감독들은 비엔날레 개막 이전에 E-저널 발행,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을 통해 비엔날레의 외형적 결과보다는 전시 기획의 과정 자체에 무게를 두고자 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 졌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부산비엔날레는 독일 출신의 로저 M. 브뤼겔이 총지휘를 맡았다. 2007년 카셀도큐멘타의 예술감독으로 잘 알려진 그는 이번 부산비엔날레의 주제로 <배움의 정원> 을 내놓았다. 그는 얼마 전 비엔날레 준비를 위해 부산에 방문, 아직 부산/한국을 잘 모르는 자신부터 배우겠다는 전제를 깔고, 비엔날레를 보러 온 관객들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 ‘배움’을 얻어 가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세계 유일의 미디어아트 전문 비엔날레로 꼽히는 미디어시티_서울은 유진상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교수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했다. 지난 12월 8일 비엔날레의 전초전으로 마련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뉴미디어아트: 새로운 이슈와 상황들>을 주제로, 루스 베인(엑스페리멘타 액팅 디렉터), 마크 그뢰드(바젤아트페어 큐레이터, 유키코 시카타(미디어아트 큐레이터), 올로프 반 빈든(네덜란드 미디어아트 인스티튜트 제너럴 디렉터) 등이 참여했다.
한편 해외의 비엔날레는 주로 상반기에 몰려 있다. 가장 먼저 뉴욕 뉴뮤지엄에서 열리는 트리엔날레에는 재미 교포 큐레이터인 주은지가 기획을 맡아, 젊은 작가에 주목하는 전시를 펼친다. 여기에는 한국 작가 박보나가 참여한다. 또한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쿠이 엔위저가 기획하는 트리엔날레가 파리에서 4월에 열리고, 임민욱이 참여할 예정이다. 그런가하면 1992년 작가 육근병 이후, 20년 동안 한국 작가가 참여 작가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던 카셀도큐멘타에 올해에는 작가 전준호와 문경원이 참여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해외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것 외에도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작가들도 있다. 오는 2월 4일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작가 이불이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From Me, Belongs to You Only>라는 주제로 신작은 물론 그간의 주요 작품들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이 전시는 9월에 아트선재센터로 순회할 계획을 갖고 있으니, 도쿄까지 보러 가지 못한다고 서운해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작가 임민욱은 5월 미국 미니애폴리스의 워커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연다. 개인전은 아니지만, 한국과 독일의 대규모 교류전도 열린다. 국내 기관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 대안공간루프, 아르코미술관 등이 협력하여 국내 작가들을 선정해 독일 NRW의 주요 미술기관에서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하는 기회다.
국내에서 열리는 주요 개인전으로는, 3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는 서도호 개인전이 벌써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왜냐하면 리움 개관 이래 국내 작가의 개인전은 처음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작고작가 이인성, 원로작가 하종현과 임충섭의 회고전이 예정되어 있다. 또한 아직 그 주인공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를 후보 작가의 전시로 바꾸고, 거기서 최종 1인의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폭 개편하는 계획을 갖고 있어 많은 미술인의 관심이 몰려 있다. 그밖에 학고재의 강요배와 김태호, 아틀리에에르메스의 박진영과 홍승혜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또한 해외 작가들의 국내 개인전 소식도 풍성하다. 국제갤러리의 폴 매카시, 에바 헤세, 가다 아메르, 루이즈 부르주아, 애론 영, 아트선재센터의 오타케 신로, 토니 아우슬러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미술관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들도 눈길을 모은다. 우선 2013년 개관을 앞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프리오픈 전시를 11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2012년은 한중수교 20주년으로, 이를 기념해 중국현대미술전도 기획 중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백남준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그의 생일 7월 20일에 맞춰 개막한다. 그보다 앞서 3월에는 백남준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음악가이자 플럭서스 그룹의 일원이었던 존 케이지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사운드아트에 관련한 기획전을 개최한다. 또한 일민미술관에서는 2011년 동아미술제 전시기획공모 당선작 <여의도비행장에서 인천공항까지(기획: 이혜원, 고동연)>전이 열린다. 여행과 이주를 키워드로 삼아, 한국인이 다른 문화와 조우하는 방식과 그 속에 내재된 스스로의 문화에 대한 인식을 ‘물건’을 중심으로 펼쳐낸다는 기획이 흥미롭다. 토탈미술관에서는 한국의 신보슬, 독일의 한스 D.크리스트 등 태국, 체코, 헝가리, 인도, 폴란드 등의 큐레이터들이 공동으로 기획, 장기 프로젝트로 준비해 온 <Re-designing the East>전이 하반기에 열린다.
최근 국내외 컨템포러리 아트씬에서 가장 열기가 뜨거운 다원예술 분야에 있어, 한국에서 그 발전소 역할을 해온 페스티벌봄은 4월에 열릴 예정이다. 아직 정확한 프로그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2011년의 국립극단과 서강대 메리홀 등에서 작가 케런 시터, 서현석, 김남수, 현시원 등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은 대다수의 미술기관들이 2012년의 전시 일정은 ‘협의 중’으로 전체 윤곽이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다. 그래도 이 정도만으로도 괜찮지 않은가? 적어도 2011년보다는 발품 팔 곳이 많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웹진 2012년 1월호
http://artmu.moca.go.kr/201107/view.jsp ··· bnum%3D1

2012/02/06 11:47 2012/02/0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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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게임 캐릭터를 작품화한 것처럼 게임의 비주얼 이미지가 발산하는 예술적 상상력은 대단하다. 또한 상호소통성과 가상성이라는 게임에 내재된 주요 속성을 감안하면 ‘게임=예술’이라는 등식은 더욱 확고해진다.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는 비디오게임이나 증강현실을 이용한 작품이 등장한 지 오래다. 게임은 확실히 예술이다. 그렇다면,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아티스트인가?

예술과 게임,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오는 1월 20일부터 313아트프로젝트에서 열리는 <Borderless>전의 참여 작가들은 온라인 게임 제작팀에서 아트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애니메이터 등을 맡고 있는 게임아트 전문가들이다. 그동안 컴퓨터그래픽 기술로만 작업해 온 이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붓과 조각도를 손에 들고, ‘우리는 아티스트다!’라는 선전포고를 한다. 전시 제목 <Borderless>는 예술과 게임의 경계는 물론, 가상과 현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영역을 넘나든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Borderlss>전에 참여한 6명의 아티스트 이은석 이근우 이진훈 김호용 김범 한아름은 데브캣스튜디오(devCAT Studio)의 주요 멤버다. 개발자(Developer)와 고양이(Cat)의 영어 단어를 합성한 데브캣은 온라인 게임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는 (주)넥슨에 소속된 개발 전문 스튜디오 중 하나다.
데브캣스튜디오는 2001년 처음 설립되어, ‘생활형 MMORPG(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마비노기>를 제작했다. 처음엔 데브캣팀으로 시작되었으나 2004년 데브캣스튜디오로 승격, 넥슨에서 독립성 강한 스튜디오 체제를 구축했다. 그 이후 이들은 2010년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석권한 <마비노기 영웅전>을 제작했으며, 최근에는 <마비노기2>를 비롯한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상업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마비노기> 시리즈는 웨일스 음유시인의 노래를 통해 전해 내려 온 켈트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로서, 탄탄한 스토리에 화려하고 역동적인 3D 영상으로 게임 유저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데브캣스튜디오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이은석 실장은 KAIST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인재로서, 2002년 넥슨에 입사한 이래 <마비노기><마비노기 영웅전> 등에서 특유의 예술적 감성과 앞선 기술력을 접목한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활약을 통해 그는 차세대 온라인 게임 산업을 이끌 주요 개발자로 꼽히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 외에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게임 개발로 승승장구하던 이들이 작가로 새로운 도전장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넥슨은 1994년 설립 이후, 세계 최초의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인 이래,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태국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등 전세계 104개국에 <마비노기영웅전>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57종에 이르는 게임을 진출시켜, 현재 약 12억 명이 넘는 엄청난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규모가 확대되어 제작 시스템이 분업화될수록, 점차 개인이 갖고 있는 개성을 반영할 수 있는 범위가 약화되었다. 거대한 톱니바퀴의 한 부품처럼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한 곳에 매몰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이 분야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며 전문가로 인정받은 이들은 자신이 경험해 보지 않았던 또 다른 영역을 체험해 봄으로써, 예술적 감수성으로 충전하는 계기가 필요했다. 각자 표현해 보고 싶은 창작욕을 맘껏 표출해 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들도 ‘게임’이라는 매체를 사용할 뿐, 결국은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이기에….
<Borderless>전에는 기존의 게임을 모티프 삼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 낸 작품 20여점이 전시된다. 가장 최신의 미디어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던 주특기를 살려 새로운 예술의 형식을  제시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먼저 데브캣스튜디오에서 원화를 담당해 온 이근우는 이번 전시에 아크릴화와 함께 <마비노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픽셀로 색분할을 한 뒤, 컴퓨터에 랜선을 꼽는 부품을 이용해 퍼즐 맞추기 식으로 픽셀아트를 구현했다. 또한 비주얼파트에서 이펙트, 사운드, 멀티미디어를 주로 맡아 온 이진훈은 게임에 등장하는 유저들의 캠프파이어 모습을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작품으로 재해석했다. 이은석의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 <아바타 거울>은 관객의 몸동작을 인식해 곧바로 모니터 위에 디지털화된 아바타의 모습으로 재현한다. 자신의 모습이 디지털화된 것을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가상과 실제의 경계를 다시 한 번 환기하게 된다.
반면, 페인팅과 조각 등 순수미술의 방식에 도전한 작가들도 있다. 이번 전시 참여 작가 중에서 홍일점인 한아름은 평소 게임 포스터 작업을 많이 맡았다. 그동안 그녀가 제작해 온 포스터는 붓터치와 빛의 효과가 살아 있어 전통적 서양화 같은 느낌을 물씬 풍긴다. 그러나 느낌만 그럴 뿐 컴퓨터로 그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한아름은 자신이 과거에 제작했던 포스터 그림을 대형 캔버스로 옮겨 극사실적인 유화를 그렸다. 미루어 보건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 컴퓨터 그래픽툴로 표현할 수 있는 극적인 비주얼은 아무리 유화를 많이 그려 본 사람이라도 표현해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거의 처음으로 유화를 다뤄 봤다고 한다. 그럼에도 굳이 유화를 고집한 이유를 물었더니 “게임하는 사람들조차 게임을 하위문화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순수미술 매체를 통해 그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아름과 함께 페인팅에 도전한 김범은 게임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아크릴화로 표현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인기 여배우의 이목구비와 닮아 있고, 핸드백과 하이힐 등 명품패션으로 치장하고 있다. 또한 평소 게임 캐릭터를 소형 피규어로 만드는 작업을 해 온 김호용은 게임에서 신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을 거대한 조각상으로 만들었다. 근엄하고 육중한 외형은 마치 고대 그리스 로마 유적에서 출토된 대리석 조각상을 떠올리게 한다.

예술보다 파급력 강한 ‘예술’을 꿈꾸며
물론 이들이 단 한 번의 전시로 전업 작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걸고 독립된 작품을 제작해 그것을 관객에게 발표하는 행위는 분명 색다른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참여 작가 김범은 “모니터와 태블릿, 마우스만 사용하다보면, 기법은 물론 생각까지도 얽매어 있게 된다. 그림을 직접 그리면서 의식이 많이 깨어졌다. 작품의 발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의 폭이 넓어졌고, 기존 작품의 변화에도 자신감이 생겼다. 전시가 끝난 뒤에도 틈틈이 개인 작업을 더 해보고 싶다”며 이번 전시의 의의를 강조했다. 사실 이 전시는 지난해 초부터 장기간 준비해 온 것으로, 참여 작가들은 몇 달 전부터 사옥 부근에 작업실을 얻어 일과 작업을 병행해 왔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예술가’로 벅찬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들의 얼굴은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눈빛만은 전시를 앞둔 여느 작가들처럼 설렘으로 가득 차 보였다.
넥슨에서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데브캣스튜디오 외에 다른 팀들의 예술 프로젝트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보여 주기’ 위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하위문화로 치부되는 게임에 대한 인식 저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예술 접근 방식을 모색 중이다. 일찍이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호이징아는 그의 저서 《호모 루덴스》에서 ‘문화란 원초(原初)부터 유희되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은 유희에서 비롯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분야인 만큼 게임이 가진 파급력은 전시장에 걸린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이 강하다. 보다 예술적인 게임, 그리고 게임처럼 재밌는 예술. 미래의 예술은 분명 이 둘의 간극이 좁혀진 모습일 것이다.
-2012년 1월호 <핫피플>

2012/02/06 11:42 2012/02/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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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에는 국내 비엔날레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할 만한 것이 없다. 왜냐하면 광주비엔날레를 비롯한, 국내 주요 비엔날레로 꼽히는 부산비엔날레와 미디어시티서울은 짝수 해에 모두 열리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타이페이비엔날레, 싱가폴비엔날레, 상하이비엔날레, 시드니비엔날레까지 아시아 지역의 비엔날레 대부분이 짝수 해에 열린다. 반대로 홀수 해에는 베니스비엔날레를 위시하여 이스탄불비엔날레, 리옹비엔날레 등 유럽을 중심으로 비엔날레가 전개된다. 쉽게 말해 올해는 유럽 쪽이 영업 중이고, 아시아 쪽은 휴업 중인 시기다. (어쩌면, 이러한 ‘몰림 현상’은 비엔날레 정치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내 사례보다는 비엔날레를 둘러싸고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슈들에 대하여 가장 최근 개막한 리옹비엔날레(2011. 9. 15~12. 31)를 중심으로 풀어 나가고자 한다.

“비엔날레는 실험적인 예술가들을 모아 창작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의 유일한 장이다”라는 작가 수퍼플랙스의 말처럼, 비엔날레는 미술 분야에서 가장 큰 ‘축제’다. 비엔날레는 국내 작가 중심으로 전개되던 아트씬에 신선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는다. 비엔날레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설치미술의 형식으로 새로운 작품을 선뵈는 것이라서, 참여 작가들은 전시가 열리기 전부터 들어와서 장기간 체류하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전시 개막일에는 해외 저명 평론가와 큐레이터, 언론까지 대거 방문해 그야말로 ‘지구촌 축제’를 벌이게 된다.
비엔날레는 기본적으로 2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을 일컬으며, 주기에 따라 3년마다 열리는 것은 트리엔날레라고 칭한다. 하지만 트리엔날레 역시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예술감독/큐레이터가 결정한 단일한 주제나 제목 아래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맘껏 펼쳐 보인다는 비엔날레의 주된 형식과 다르지 않기에 대부분 ‘비엔날레’로 통칭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비엔날레는 수도보다는 제2의 도시에서 열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그 이유는 지방자치제 이후 각 도시별 지역 문화 마케팅의 한 방편으로 설립되기 때문이다. 이것을 도시가 아닌 국가 단위로 확대시켜 살펴보면, 비슷한 이유로 최근 20년간 설립된 비엔날레의 대다수는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이 차지한다. 한국만 하더라도 동시대 순수 미술을 다루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와 미디어아트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디어시티서울 외에 청주공예비엔날레, 경기도자비엔날레, 인천여성비엔날레 등이 열린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전세계 180여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과유불급이지 않겠는가. 최근 비엔날레를 둘러싼 회의론과 무용론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미술평론가 심상용은 “비엔날레야말로 서로의 경력을 부풀리고, 그 부풀린 경력을 존중하면서 제조되고 축조되는 권위와 명성의 각축장이다. 비엔날레의 소통은 그 확산을 위해 끝없이 내부로 열리지만 밖으로는 닫혀 있다”고 강한 부정적 견해를 펼친 바 있다. 신생 비엔날레는 저마다 차별화 전략을 짜내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고, 실제로 비엔날레 규모의 대형 전시에 적합한 스타 큐레이터를 영입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인다. ‘제트족’에 비유되는 스타 큐레이터 몇몇 만이 미주에서 유럽으로, 아시아에서 중동으로 옮겨 다니며 비엔날레를 생산해 내고 있다.
비엔날레를 통해 국제적 큐레이터들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이다. 큐레이터 역사상 가장 뛰어난 큐레이터로 꼽히는 하랄트 제만을 위시해 그 뒤로 카스퍼 쾨니히, 로자 마르티네즈, 카트린 다비드, 바시프 코르툰 등의 스타 큐레이터들을 통해 직업으로서의 큐레이터 개념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비엔날레 큐레이터들은 자신들을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가급적 멀어지고자 했다. 그들은 한 곳에 속하기 보다는, 전 세계 비엔날레로부터 초청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동시대 미술계를 확장시키며, 다원화와 동질화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 한국에서도 그러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1997년 하랄트 제만을 객원 큐레이터로 초청했으며, 2009년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했다. 또한 내년 부산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은 바로 지난해 카셀도큐멘타(독일 카셀에서 5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형 전시)를 기획했던 로저 M.브뤼겔로 정해졌다. 그런가 하면 전세계 비엔날레가 몇몇의 스타 큐레이터와 작가가 돌고 도는 ‘스탠다드’화에 대한 반성적 시도로서 신예 큐레이터를 영입하거나 공동 큐레이터제를 채택하기도 한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한국의 김선정을 비롯한 일본의 마미 카타오카, 중국의 캐롤 잉화 루, 인도의 낸시 아다자냐, 카타르의 와싼 알-쿠다이리 등과 함께 공동 큐레이터제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러한 징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개막한 리옹비엔날레의 역사를 살펴봐도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과거 리옹비엔날레도 스카 큐레이터를 영입하는 전략을 세우곤 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1997년 하랄트 제만의 <타자>, 2000년 장 위베르 마르탱의 <이그조티즘 나누기> 등을 들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큐레이터의 이름이 간판이 되고 중심과 주변이 이분되는 현상을 문제시하며 역발상의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2001년에는 신세대 큐레이터와 평론가 등 다전공의 비전형 기획자 7명을 커미셔너로 초청, 미술뿐 아니라 영화 사진 무용 음악 연극 문학 게임 등을 아울렀다. 2003년에 큐레이터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서 디종의 현대미술센터 르콩소르시움의 기획단을 초청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그 다음 회인 2007년에는 더욱 급진적인 형태의 공동 큐레이터 제도를 시도했다. 먼저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스테파니 무아동과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를 큐레이터로 영입했고, 이들은 다시 ‘플레이어’ 개념으로 전 세계의 미술 현장에서 뛰는 49명의 큐레이터를 초청해, 작가와 큐레이터를 1:1로 매칭해서 전시를 진행했다.
그런데 바로 지난 회부터 리옹비엔날레는 다시 단독 큐레이터제로 되돌렸다. 독립 큐레이터 후 한루를 큐레이터로 선정해 2009년 <일상의 스펙터클>을 발표한 것이다. 얼핏 프랑스에서 중국 큐레이터를 선정했다는 것이 뜻밖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후 한루는 중국 출신이지만, 파리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해 온 인물로, 이미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의 커미셔너를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리옹비엔날레에서 남미 큐레이터를 채용한 것은 확실히 ‘의외의 선택’이었다. 큐레이터 빅토리아 누트론은 현재에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살면서 그동안 남미에 기반을 두고 활동해 온 인물이 때문이다. 또한 누트론의 경력을 살펴봐도 2009년 브라질의 포르토알레그레에서 개최된 메르코술비엔날레 외에는 비엔날레 기획 경험이 많지 않은 큐레이터이다.
리옹비엔날레에서 빅토리아 누트론을 큐레이터로 영입한 것은 전 세계에 편재한 비엔날레의 상투성에 균열을 내려하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사진이나 비디오 같은 매체적 접근이나 중국이나 인도 같은 지역적 접근에 초점을 맞추며, 비슷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반복적으로 전시하는 일종의 클리세를 없애려는 것이다. 누트론 역시 이러한 리옹비엔날레의 의지에 화답하는 의미로 비엔날레 개최에 앞서 19개의 항목으로 이루어진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 선언문 중에서 인상적인 내용은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은 구분되어야 한다”면서, 대규모 축제라면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보도자료와 도록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형적인 톤과 어휘로 작성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단순한 정보로 확산되는 방식의 얄팍한 커뮤니케이션은 예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비엔날레 도록은 작품 도판을 담는 일반적인 형태가 일종의 텍스트로 이뤄진 독립적 예술 작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토리아 누트론이 제안하는 리옹비엔날레의 새로운 목표는 마치 관광 상품 같은 이벤트가 아닌, 가장 순수한 예술의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있는 듯하다. “동물이나 야수 혹은 전쟁 상태처럼 보이는 살아 있는 전시를 만들겠다”는 그녀의 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그녀의 전시 곳곳에서는 문학적 접근이 묻어난다. 우선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로 사용된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나타났다(A Terrible Beauty is Born)>이라는 말은 시인 예이츠가 1916년 발표한 시 <부활절>에서 차용한 것이다. 누트론은 미술 외에 문학이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비엔날레 전시를 하나의 아상블라주 작품처럼 꾸몄다.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은 로버트 쿠스미로스키의 <Stronghold>다. 아래층에서 보면 침투가 불가능한 원형 요새처럼 보이지만, 위층으로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불타고 흐트러진 채들로 가득찬 커다란 실내 도서관의 모습이다. 바로 옆 부드러운 조명이 비치는 무대에는 1969년 경 쓰여진 사무엘 베케트의 35초짜리 희곡 <레스>가 상연되고 있다. 이는 삶에 대한 냉소적 시선으로 유명한 다니엘라 토마스 감독이 베케트의 간결한 지시문에 따라 충실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쯤에서 라틴 문학을 대표하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가 떠오른다. 보르헤스가 유난히 좋아했던 백과사전식 접근법은 비엔날레 참여작가 중 에릭 벨트란의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하나의 검은 천체를 제작하고, 그 위에 현대 사회를 이루는 구성 요소들을 그래픽 이미지로 나열해 놓았다. 거대한 우주의 면면을 바라보다 보면 불현 듯 날아다니는 종이비행기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 명단을 살펴보면, 60명(팀)의 참여 작가 중에서 절반 이상이 중남미 출신이다. 큐레이터 누트론은 참여작가 선정에 대해 “개인으로서 참가하는 것이지, 국가나 지역의 대표로 참가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모든 큐레이터가 자신의 지역적 특색을 애써 감출 필요는 없다. 대다수의 비엔날레나 축제가 이국적인 볼거리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전략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트론의 경우, 비엔날레의 상투성을 거부할 것이라는 의지를 애초부터 강하게 표명했었기에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밖에도 누트론의 결연한 의지와 상관없이, 리옹비엔날레에 대해 날짜, 장소, 주제, 참여 작가, 부대 프로그램 등의 정형적인 보도자료 내용으로 ‘얄팍하지만 넓게’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리옹까지 가지 않아도, 동영상 서비스로 마치 비엔날레 전시장을 본 것처럼 ‘행세’할 수도 있다.
사실 이렇게 비엔날레의 상투성을 경계하는 것은 리옹의 빅토리아 누트론보다, 스타 큐레이터들이 더욱 첨예하게 고민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국가는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지만, 비엔날레급의 국제적 행사라면 전 세계 모든 이가 관객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큐레이터들은 동일한 관객이라는 점을 의식하면서 주제나 전시방법론의 변화를 통해 자신의 폭넓은 예술관을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힌다. 국내의 경우를 떠올려 봐도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오쿠이 웬위저의 경우 전시 제목을 ‘연례 보고’라고 정하고, 새로운 작품이 아닌 이전 해에 전세계 주요 미술기관에서 선보였던 평판 좋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 끌어 모으는 시도를 했다. 심지어 올해 열린 이스탄불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옌스 호프만은 전시 제목을 ‘무제(Untitled)’라 정했다.
이처럼 수많은 모순과 한계, 그것에 대한 대안과 실천을 동시에 안고 가는 것이 오늘날 비엔날레의 현실이다. 또한 큐레이터들이 아무리 완벽하고 획기적인 전시 주제와 방법론을 개발한다 하더라도, 관객들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또한 관객들이 비엔날레의 상투성 운운하면서도 결국은 비엔날레의 큐레이터 리스트나 참여작가 리스트부터 확인하고 전시를 평가하려 든다. 더욱이 ‘축제’라는 형식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대중성’이라는 과제 때문에 비엔날레의 성패는 예술성보다는 관객수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로 환원되곤 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용우는 “이제 예술은 정신적 가치라기보다는 물질적 가치가 점유하는 거래 중심의 질서가 완성되어 가고 있으며, 시장이 문화적 재미를 첨가시킨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등장시킴으로써 예술의 공공성이나 공동체적 가치 등을 제어하는 슬로건들을 만들어 낸다”는 다소 현실적인 진단을 내리고 있다.
심지어 가장 오래된 전통으로 세계 최고의 비엔날레로 군림하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여전히 ‘국가관’ 제도와 시상제도를 운영하면서 (미술 전문지가 아닌 일간지 중심으로) ‘미술 올림픽’과 같은 선정적인 수사를 언급하며, 국가주의를 대중으로 하여금 호도하고 있다. 실험적 예술을 국경 없이 품으려 했던 비엔날레의 본질이 흔들리는 것이다. 전세계의 비엔날레는 이렇듯 엘리트주의와 대중주의, 예술성과 상업성 등이 교차하는 곳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고 있다.
-CULTURA 2011년 겨울호 <특집: 축제의 지형학> 中

(Special Thanks to S.N. Kim)
2012/02/06 11:39 2012/02/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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