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어부프로젝트의 보컬, 그 백현진의 개인展”이 열린다. 1990년대 장영규와 함께 결성한 어어부프로젝트는 앨범 발표 당시 ‘염세’와 ‘허무’를 이유로 방송금지판정을 받았지만,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들의 불편한 음악이 주는 매력은 아주 강력한 것이어서, 그간 발표된 4장의 앨범은 이제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

특히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그들의 인기는 뜨겁다. “백현진과 함께 어어부프로젝트를 하는 장영규는 한국에서 내가 주저 없이 천재로 부를 수 있는 단 두 명 중에 한 사람입니다. 또 하나는 누구냐고요? 백현진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찬사다. 그 밖에도 홍상수와 임상수, 송일곤, 류승완 등의 감독들이 어어부프로젝트와 함께 작업을 했다. 백현진을 두고 김지운 감독은 “슬픈 주파수를 가지고, 세상에 항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말 노래를 잘하는 가수, 백현진이 단지 목청 높여 노래로만 항의를 하는 건 아니다. 그는 그의 목소리만큼 기분 나쁜 내용의 가사를 쓴다. <안성철 씨>의 비루했던 하루, 성전환수술을 한 <초현실 엄마>, 담배를 하도 피워서 재떨이가 된 듯한 <목구멍>…. 백현진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졸업은 하지 않았지만, 홍익대 조소과를 다녔던 백현진은 미술 작업도 꾸준히 해왔다. 그가 그려내는 것들 역시 보기 좋을 리 만무하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도 한때는 일러스트레이션과 디자인 등을 ‘업’으로 삼으며 영화주간지에 연재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 또한 일반 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데 성공했다.

어느 자리에선가 백현진은 스스로를 두고 “음악+미술+문학 청년”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또한 최근 그가 출간한 아트북 <오르가니즘 메카니즘 블러리즘> 중에서 맨 첫 페이지에 실린 드로잉을 보면 ‘글’, ‘그림’, ‘음악’이라는 단어가 삼각관계로 엮여있다. 그의 예술적 근간은 머릿속에 정리되지 못한 채 무한하게 생성되고 엉켜가는 산만한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산만과 실체’라는 개인전의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형태, 자유분방한 색상, 그리고 작가의 뇌구조와 닮아있을 법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선들은 ‘산만과 실체’를 오가며 ‘퍼포먼스적 상황’을 연출시킨다. 특히 전시장 2층에 마련된 골방은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된다. 방 안으로 들어간 관객으로 하여금 강력한 신체적 경험이 일어나게 한다. 눈이 시리도록 밝은 조명과 코를 찌르는 악취가 ‘거부감’이라는 인터랙션을 발생시키는, 지극히 퍼포먼스적 상황이다. 바로 이 지점이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퍼포머, 다시 말하면 “어어부프로젝트의 보컬, 그 백현진”만이 작동시킬 수 있는 센스라 여겨진다.

백현진은 이번에 한국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여는 동시에 아트북과 솔로 앨범 <반성의 시간>을 발매했고, 이후에 어어부프로젝트의 베스트앨범과 시집도 낼 예정이다. 상당히 분주해 보인다. 산만과 실체 속에서 반성의 시간을 보내는 듯, 백현진은 그 어느 때보다 총체적으로, 그리고 강박적으로 모든 일을 수행해나간다. 전시는 4월 3일부터 30일까지 아라리오서울에서 열린다. -<주간동아> 리뷰의 원문

기사보기 클릭!불편한 형태 자유로운 색상 골방 안의 퍼포먼스 [2008년 04월 22일 632호]

2008/04/24 12:53 2008/04/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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