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이번에 연 개인전의 전시 제목을 ‘가만,...’이라고 지었다. 가만,... 잠시 시간을 멈춰 세워둔 채 마주한 주변과 일상을 좀더 면밀히 보고, 듣고…또 다시, ‘가만, 아...저기, 그게…’하면서 한 번 더 곰곰이 생각하고 떠올리면 그제서야 각각의 반응은 제 몸뚱이를 얻어 바깥으로 나온다. 이 반응은 김학량 본인이 칭한 ‘인문적 제스처’라고 정의할 수 도 있겠다. 작가이자,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인 그가 해 보이는 제스처는 글로 써질 때도 있고, 그림으로 그려질 때도 있으며 혹은 이게 글인지, 그림인지 아리송한 무엇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개인전을 두고 김학량은 “이번 작업은 분명 ‘현대적’ 서예라는 걸 가정해두고서 이리저리 궁리해보는 짓, 또는 놀음이겠다(헌데 이렇게 말해놓고 나니까 아니다)”라면서 쓰기-글자-글씨-문자 등에 대해서 혼자 또 ‘가만,..’하면서 읊조리는가 싶더니, 결국은 세상은 언어 너머 있다면서 갈무리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시인 위선환의 시 〈토악질〉 중에서 ‘나는 내내’, ‘먼 데서’ 같은 구절을 주워둔 구리선을 구부러뜨려 써서 전시장의 유리문에 붙여둔다든가, 아니면 그걸 사진만 찍고 다시 원래의 형태로 펴놓든가, 또 다른 시인들의 시구절을 돌에 쪼아 탁본을 뜨기도 하고,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택배로 싸 보낸 농수산물에 붙어있던 메모를 액자에 넣기도 하는 등…. 언어와 이미지 사이에서 ‘놀음’을 했다.
김학량은 2000년에 발표한 작품 <부작란>을 통해, 눈밭을 비집고 철사가 삐져나온 장면을 찍은 사진 위에 시를 적고 전각을 찍어 이게 사진인지, 동양화인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락가락하게 했다. 그 이후에도 내놓는 작품마다 동양화(특히 서예)와 서양화, 과거와 현재 등 서로 반대 지점에 있을 듯한 것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놀음’을 보여줬다. 이렇듯 상대적인 것들을 가지고 교란, 전유하는 데 비상한 재주는 작업을 위한 전략적인 도구라기보다는 애초에 말했던 대로 느릿느릿하되 촘촘하게 감상하고 거기에 반응(혹은 제스처)하는 ‘선비’ 같은 천성에서 온 것이라고, 나는 본다.
그런가하면 그는 작가와 큐레이터라는 임의적인 구분(누구는 상-하위를 정하기도 하고, 누구는 아주 상반된 것이라고 단언하는)도 무색케 한다. 기획을 하는가 싶더니 슬쩍 자기 작업을 내놓기도 하고, 작업을 하는가 싶더니 그 안에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을 갖다 놓기도 하면서 한바탕 ‘놀음’을 펼치는 그를 두고, 요즘 하기 좋은 말로 ‘멀티 플레이어’라고 부르기보다는 자신의 말대로 ‘우연기생충(accidental parasite)'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 듯하다. 더욱이 이번 전시가 아트스페이스휴에서 지난 1년 동안 ‘템포러리 테크놀러지(Temporary Technology, 김학량식 해석으로는 임시변통 상상력, 우거寓居의 기술)’라는 이슈에 따라 기획한 일련의 프로그램 중 마지막 전시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타당하다. - <주간동아> 리뷰의 원문
기사보기. 클릭! 현대적 서예로 ‘유쾌한 놀음’ [2007년 12월 25일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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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주간동아>에 격주로 짤막한 리뷰를 연재한다.
마침 엘르 프리뷰 연재가 끝나는 시기와 바로 이어져서 신기해하던 참에 어쩌구 저쩌구 이유로 미루다가 이제야 포스팅한다.
매번 편집자에 의해서 바뀌어 나오는 기사가 도무지 맘에 들지 않아, 원문을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서라도 그때그때 원문과 기사보기를 함께 올리련다. 나 역시 편집하는 사람이어서, 글 수정하고 제목 정하는 데 누구처럼 완고하게 까칠하게 굴고 싶지 않은데 간간히 민망한, 이해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아래는 그동안 게재된 기사들 모음
노순택展
북한 풍경 그 너머의 진실 [2007년 12월 11일 614호]
앱솔루트 이미지展
뉴욕의 한국 갤러리 아시아 작품으로 뉴요커 사로잡다 [2007년 11월 27일 612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솜사탕처럼 공허한 하지만 달콤한 [2007년 11월 13일 610호]
플랫폼_서울
한옥마을 골목길 발길 붙잡는 예술의 향기 [2007년 10월 30일 60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