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전시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김승덕(이하 김) 한국에서는 금기가 많지만, 반면에 그 가치판단의 기준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제가 주는 인상만큼 너무 심오하게 받아 들일 필요는 없다. 이 전시는 결코 주제를 부각시키려는 테마형 전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전시 방법론상의 금기를 깨고자 했다. 국가 중심의 전시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전시 방법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대개 국가 전시는 어떤 분명한 성향 하나만을 주제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기획되곤 한다. 혹은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신선한 작가들을 소개하거나, 백화점 식으로 진열해 작품들이 ‘샘플용’으로 보인다. 또 관료적인 절차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전시들도 많다. 우리는 그런 전시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세대의 작가들을 서로 혼합시키면서 기존 국가 중심의 전시와는 다른 새로운 전시 방법론을 찾았다.
art 〈엘라스틱 터부〉전은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다. 일종의 ‘한국 현대미술사’를 압축한 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역사의 시작점을 이우환, 박서보로 둔 이유는 무엇인가?
프랑크 고트로(이하 프) 미술사는 어떤 상황을 평가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미술사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모던/포스트모던 시기를 지나면서(그것도 서양 기준으로 발전된 상황으로), 그리 간단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작가 박서보, 이우환과 그들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들로부터 한국의 미술 역사를 출발시켰다. 좀더 이야기하자면 박서보의 모노크롬 작품이 다소 신선하고 직설적으로 보여서 그를 선택했다. 또 이우환은 기획전 안에서 그의 작품이 큐레이터의 내러티브 안에 포함되기를 거부하곤 하는데, 그것이 그의 순수한 자긍심을 드러낸다.
art 작가를 선정할 때 한국미술 특유의 파벌주의 때문에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작가를 선정하는 데는 어떠한 어려움도 없었다. 우리는 이 작가와 저 작가를 함께 엮는다는 점에서 전혀 부담을 갖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박서보와 신학철 또는 최민화와 이강소를 함께 초청했다.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다른 유파의 작가들을 섞고, 늙고 젊은 작가들을 뒤섞는 것을 보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부 젊은 작가는 다른 기성세대 참여 작가 명단을 듣자 전시 참여를 거부했다. 젊은 혈기의 작가는 때때로 약하고 무르며, 이러한 상황에 맞설 만큼 충분히 자신이 없는 것 같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은 자주 없는 기회를 놓쳤고, 무엇보다도 이 전시의 포인트를 전혀 간파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점에서 그들이 매우 안됐다고 생각한다.
art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서 했던 이강소의 닭 퍼포먼스를 재현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닥에 밀가루로 그려진 ‘치킨 페인팅’은 역사적인 의미로,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다. 이강소의 이 작품은 니꼴라 부리오의 ‘관계성의 미학 (Relational Aesthetics)’을 훨씬 앞서 예보하는 듯하다. 이강소의 ‘치킨 페인팅’은 구타이류의 작품들이나 30여 년 전 유행했던 여타의 유행하던 회화들에 관한 풍자적인 논평이었다. 당시 젊은 작가들이 비엔날레에 출품하는 세태에 관한 이강소의 멋지고 재미있는 논평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오늘날 재현 되도 여전히 신선하고 얘기가 될 수 있을 만큼, 그의 작품은 신선하고 의도가 분명했으며 훌륭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치킨 페인팅’ 재현해 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고, 이 작품은 오리를 묘사한 그의 다른 그림들과 함께 전시되었다.
art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으로 시작되어 백현진의 작품으로 끝나는 전시 동선에서 큐레이터가 표현하고자 하는 내러티브가 발견된다.
내러티브는 관객들에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주는 한 가지 방법이다. 내러티브는 우리가 결정하고 제안했지만, 또 관객들이 그와 다르게 읽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이 전시의 시작점은 전시장 외부에서부터다. 마치 전주곡처럼 말이다. 이 전시를 위해 주문 제작된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은 어느 외국인이 폭음 후 잠을 자다가 깨어나보니 한국인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는 일종의 악몽을 그리고 있다. 전시장 창밖으로 보이는 최정화의 거리 현수막 설치 작품은 서울의 도시적 환경을 표현한 것이고, 반세기 넘게 한국인의 인물사진만 찍어온 김한용의 광고사진 이미지들을 벽지처럼 이어 붙여 전시장 입구를 덮어 버렸다. 주 전시장 입구는 박이소의 <오공계>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우리 나름대로 무언의 언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이소라는 작가는 기성 세대와 무관하길 원하는 신세대 작가들 사이에서 ‘잃어버린 영웅’으로 존재하는 듯하나, 그의 작품은 앞으로 해결되야 할 여러 가지 미지수를 남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불가사의한 인상의 이 작품은 관객들을 전시장으로 인도하면서 매우 적합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는 요즘의 신선한 흐름을 보여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순수회화 작품과 조각 작품 그리고 비디오 작품을 매우 고전적으로 배치했다.
art 박서보의 작품과 게임보이 뮤지션 버블리피시의 작품을 함께 설치한 것이 독특했다.
우리는 기획 과정의 초기부터 이러한 콤비를 구상했다. 이미 우리는 2005년 스페인의 발렌시아비엔날레에서도 유사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 우리는 미국의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아토 린세이에게 전시회 전체를 위한 사운드트랙을 작곡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고 훌륭했다. 우리는 박서보의 그림을 보는 순간, 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한 공간을 연출하고 싶었다. 박서보의 그림은 현대적인 음악이 곁들여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개방적이다. 그리고 버블리피시의 천진난만하면서도 매우 진지한 게임보이 음악은 박서보의 작품에 적합했다. 불연속적인 효과음은 박서보의 그림을 차분하고 조용하며, 화려하고 평화로운 또 다른 ‘랜드 스케이프’로 변모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박서보의 ‘세속적인’ 모노크롬에 대한 비판으로 의심받을 수 있었으나, 화가와 뮤지션 모두 그러한 시도를 영광으로 생각했으며 기꺼이 허락했다. 서로 관심을 갖고 존중하는, 다른 세대의 작가 간 만남이었다.
art 영화감독이나 뮤지션 등을 참가시킨 이유는?
한국 영화는 강하다. 좋은 작품이면서도 인기까지 많은 이유에서 한국의 두 영화감독을 초청했다. 동시에 그들의 영화는 전시에 사회적인 문맥을 부여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의 이면에는 우연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개인적인 스토리가 있다. 도록에 실린 우리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이번 전시회의 내러티브 내부에 흐르는 비가시적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art 둘이 함께 큐레이팅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그것도 유럽인과 한국인 커플로서 한국 전시를 유럽에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김/프 맞다. 우리는 하나의 커플이다. 이처럼 재미있는 현대미술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국인/프랑스인 커플이다. 우리는 협력을 좋아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공적인 활동을 혼합하면서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 우리 둘 사이에는 끊임없는 대화와 의견의 교환, 그리고 충돌이 있다. 그리고 물론, 사랑이 있다.
art 한국 전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한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를 듯하다.
그렇다. 내가 이런 전시회를 기획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로서는 한국의 현대미술의 상황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 이런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나는 국제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일부 중국 큐레이터들과는 달리, 전시회와 국가가 연관되기를 원치 않았다. 나는 미술이 민족주의와 국경을 뛰어넘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술계에 발을 들인 것도 바로 이러한 생각 때문이었다. 자유, 개방성, 국제성, 그리고 큰 재미가 바로 내가 정의하는 미술의 특징이다.
art 동시대 미술 현장에 있어서 ‘교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류는 환율과 같은 것이다. 어떤 때는 더 많이 얻고, 어떤 때는 덜 얻기도 한다. 그러나 중개인에게 줄 경제적인 측면만이 아닌 ‘커미션’은 남겨 놓아야 한다.
art 올 가을에 열릴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APAP)에서 큐레이터를 맡았다고 들었다.
김/프 그렇다. 우리는 다음 APAP의 공동 커미셔너로 위촉받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예술 작품과 실제의 삶이 직접 대면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고도 어려운, 또 다른 도전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이 진행 중인 현재의 상황은 이런 저런 모순과 관료적인 갈등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런 힘든 과정 역시 전시의 일부로, 언제나 해결해야 할 현실이다. 그러한 고생의 대가는 우리가 보고 싶었던 작품을 이 기회에 실제로 제작되고, 또 그 작품의 메시지를 안양 시민들과 나눌 때 만끽하는 ‘보람’일 것이다. 특히 공공미술 프로젝트이기에 애물단지가 아닌, 시민에게 사랑받는 ‘선물’이 되길 바란다. 우리의 방식대로 일할 만큼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받은 것은 아니지만, 통신의 발달로 파리에서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협력할 수 있다. 우리는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인터뷰|호경윤 수석기자
※필요에 의해 편집 및 '주관적' 각색을 많이 하게 되었음을 밝혀둔다. 원본을 함께 올리니 참고하시길....
2007/06/15 00:00 2007/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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