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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ized under art in culture* & written by Ho
출판형 아트 활동 보고서
미술과 출판은 오래 전부터 뗄 수 없는 관계로 서로 공생해 왔다. 미술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출판물은 전시 도록일 것이다. 1년 동안 열리는 전시의 횟수만큼 수많은 도록이 발간된다. 물론 여기에는 홍보를 위한 엽서나 리플릿도 포함된다. 도록은 ‘전시’라는 한시적 형식에 대한 기록물이자, 기획의 목적과 의도를 활자화시킴으로써 미술사적 알리바이 역할을 맡기도 한다. ‘남는 건 도록밖에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전시기획자나 작가가 전시 도록 제작에 큰 애착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로 작가는 자신의 평생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모으는 화집, 즉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를 만드는 일을 작가 일생에서 큰 영예로 여긴다. 그러나 우리 미술계에서 도록 문화가 오늘처럼 일반화되기 이전에 이미 미술은 출판 매체를 통해 널리 보급되곤 했다. 출판이라는 메커니즘과 가장 관련 깊은 장르는 바로 문학이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텍스트에 기반하고 있는 예술 행위지만, 그 텍스트를 모아 ‘책’이라는 형태로 제작하려면 미술과의 만남이 불가피했다. 바로 이미지 때문이다. 과거의 미술은 표지화는 물론 삽화 등으로 문학과 만나면서 출판 메커니즘에 ‘슬쩍’ 기대어 발전해 나갔다. 그 만남의 시간만큼,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도식은 이제 상투적일 만큼 보편화되었다. 여기서 파생해 표지의 원화를 전시하는 정도가 가장 적극적인 두 장르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 지금의 일러스트 업계처럼 분업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다. 한국 근대미술사를 되살펴보면, ‘문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미술인과 문인 등이 동인이 되어 문예운동을 벌이거나(김복진의 KAPF), 문사적 취향을 배경으로 한 친교(구본웅과 시인 이상, 나혜석과 소설가 이광수의 인연처럼)의 산물이 많이 남아 있다. 아예 미술인들이 수필 시집 소설 등을 발간한 예도 있다. 대개 화가들은 자전적 에세이나 그림을 책으로 묶어 발간했고, 미술평론가는 문학을 통해 등단한 경우도 적지 않아 평론 활동을 겸하면서 본래의 특기를 살려 시집이나 소설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우환과 방혜자 등의 수필집, 오광수와 윤범모의 시집, 최울가의 그림일기, 김병종의 화첩기행, 한풍렬의 카툰 에세이 등 미술인들의 문학적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출판물도 아주 많다.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얼마 전 〈미술인의 운문과 산문〉전(2009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열리기도 했다. 이 전시에는 희귀본인 월북화가 김용준의 《근원수필》(1948) 초판본, 고유섭의 《전별의 병》(1958), 이중섭의 편지를 모은 책 《그대에게 가는 길》, 천경자의 수필집 등 작가와 이론가들이 쓴 시집과 수필집 80여 권이 선보였다. 역시 미술과 문학의 ‘만남’의 예에서 가장 흔한 방식은 미술가가 그린 표지화나 삽화일 것이다. 고희동과 배운성이 그 대표적인 예로 근대 화가들이 문학지의 그림을 맡는 일은 당시 아주 흔한 일이었다. 이 분야에서 많은 작품을 남긴 화가는 김환기로, 그는 특히 1950년대에 가장 활발하게 표지화를 그렸다. “나는 신문 잡지에 커트 같은 것을 그리는 데도 땀을 뻘뻘 흘린다. 번번이 약속 기일을 넘기는 것도 성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재미난 생각이 안 나고 잘 되지가 않아서이다”(1963년 4월《현대문학》)라는 말처럼 그는 청탁에 의한 수동적인 접근이 아니라 본격적인 작품에 임하는 태도로 접근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그가 그린 표지화나 삽화를 보면 해당 책의 내용을 반영한 오브제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김환기 유화 특유의 추상적 패턴으로만 그린 것도 많다. 환기미술관에서는 이따금씩 이런 표지화와 장정을 모아 기획전을 개최하며, 작가의 이러한 특색에 따라 현대 북아트 전시도 열곤 한다. 그 밖에 〈목판화 출판미술〉전(2007~2008 제비울미술관), 〈문인과 화가의 만남, 책과 그림〉전(2008 청계천문화관) 등에서 미술가의 표지화들을 모아 전시했다. 이러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은 점점 그래픽디자인이나 북아트, 일러스트레이션 등으로 전문화되어 그 사례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미술가들에 의해 그 역할이 지속되고 있으며 젊은 작가 중에서는 아르바이트 삼아 동화책이나 잡지의 일러스트 작업을 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작가 고낙범이 2003년 《지그문트 프로이트》 전집 20권의 표지를 그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꼭 그림이 아니어도 조습, 옥정호 등의 작품이 《월간 문화연대》의 표지로 쓰였던 것처럼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시각 이미지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2004년 쌈지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무형경제〉전을 열며 《노트북》이라는 책을 펴낸 이슬기는 시인 이원의 글과 자신의 작업을 담아내면서 “이원 시인의 시와 저자의 미술 작품이 융화되지 않음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말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처럼 미술과 만남의 ‘만남’은 쉬우면서도 또 어려운 일이다.
미술과 출판이 만나는 또 하나의 갈래는 북아트 장르다. 북아트는 실크스크린을 기본 매체로 한 인쇄물을 소량 발간하거나 혹은 예술제본이라는 독자적 분야로 전개된다. 여기서는 판화를 전공한 미술가들의 활약이 크다. 1999년 발간된 《예술가가 만든 책》은 고충환 김찬동 임영길이 공동 기획하여, 미술가들의 책 만드는 행위를 ‘대안적 판화의 모색’으로 수용하고 있다. 이 책에는 판화가를 포함하여 강애란 박화영 신장식 오이량 윤동천 정상곤 등 58명의 미술가를 참여시켰다. 참여작가들은 ‘책’이라는 소재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판화가들은 대개 디지털 기법을 사용한 새로운 판화의 흐름을 선보였으며 순수미술 작가들은 책을 ‘오브제’로만 받아들이는 등 본격적으로 출판의 프로세스를 수용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편 기획자 고충환은 그의 글에서 아트북, 아티스트북, 아트북메이킹의 정의를 영미권과 프랑스의 경우를 참고하면서 ‘책’을 조형적 대상, 혹은 오브제로서 인식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한편 art in culture는 그 이듬해인 2000년 3월호에서 ‘책 속의 책’ 혹은 ‘잡지의 패러디’라는 개념으로 특집 〈Artist's Book〉을 마련했다. 작가들이 스스로 페이지 컨셉트를 잡고 디자인에 적극 참여하도록 해, 국내 최초로 대량 인쇄매체가 가지는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수용하면서 파격적인 잡지 생산 시스템을 시도했다. 이때 참여한 고낙범 김두섭 김홍석 이중재 노석미 홍지연 이윰 서상아 총 8명의 작가들은 ‘책’에 대해 훨씬 현대적인 개념으로 접근, 흥미로운 작업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특집에서는 여전히 판화와 책이 갖는 공통분모에 주목하고, 판화의 연장선상으로 이해하고 있음이 일부 발견된다. 처음에는 같은 곳에서 출발했을 법한 북아트 장르는 1권 혹은 10권 이하 소량으로 제작하는 독자적인 예술 행위로 점차 미술과는 다른 길로 전개된다. 북아트와 관련된 연구소와 공방, 협회까지 설립되고 있음이 이를 대변해 준다. 또한 비슷한 시기 유럽과 미주로부터 북아트 작품을 들여와 전시하기도 하고, 한 권에 몇 백만 원씩 하는 고가의 아트북도 수입되어 유통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5년 설립된 국내 출판사 마로니에북스는 타셴사의 〈베이직아트〉 시리즈 64권과 파이돈의 〈The Art Book〉 시리즈 등의 판권을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번역해 내고 있다. 북아트도 아트북도 아닌, 출판물을 이용해 현대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는 (주)쌈지에서 발행한 〈쌈지북 프로젝트〉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물을 이용한 예술적 시도가 기업 메세나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흥미롭다. 1998년 가슴시각개발연구소에 맡긴 《쌈지스포츠》 첫 호는 〈여름 生生〉으로 주제를 잡았다. 이 책에는 쌈지의 브랜드 정신과 신상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의 성격도 있지만, 그러한 요소는 지극히 일부이며(천호균 전 쌈지 대표의 글 2페이지가 전부) 지면을 이루는 대부분의 사진에서는 모란시장 살바 낙원상가 등이 촬영 장소로 쓰이는 등 작가 최정화의 색채가 강하게 묻어난다. 같은 해 창간한 《쌈지책》 시리즈는 《쌈지스포츠》보다 훨씬 완벽한 이미지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독자들이 보낸 이미지를 조합하여 만드는 방식으로 이 책에서도 가슴개발연구소가 많은 부분 기여했으며, 안상수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2000년을 넘어 서면서 다양한 형태의 출판 프로젝트들이 작가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노석미나 현태준처럼 정식 출판사를 통해 ‘베스트셀러’에 등극한 사례도 있지만, 그보다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자가 출판’으로 출발하는 인쇄물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출판사가 작가를 섭외하거나 반대로 작가가 원고를 들고 출판사에 의뢰하는 식이 아니라, 작가가 스스로 기획부터 제작과 유통까지 맡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예술적이든 사업적이든 ‘거창한 목표’보다는 매체의 확장에 따라 대량 제작과 이동성이 유리한 인쇄물로 작가들이 눈을 돌린 데서 시작됐다. 또한 작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협업 체계로 작업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데다 컴퓨터의 보급과 인디자인이나 포토샵 등 편집이 비교적 용이한 프로그램이 개발된 상황도 한몫했다. 작가들은 스티커 버클 찌라시 엽서 포스터 같은 단순한 인쇄물부터 이미지북 드로잉북 사진집 수필집 잡지 등 제본을 한, 제법 책의 격식을 갖춘 출판물을 만들어 냈다. 특히 이 시기를 뜨겁게 달군 공공미술의 맥락을 실행하는 데 출판하는(Publish) 것만큼 공공의(Public) 성격이 강한 매체도 없었다. 마치 삐라나 전단지처럼 인쇄물은 일반인에게 보급하기 쉬울 뿐더러 급진적 메시지를 담기에도 적합했다. 그 효시는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관광안내 책자로 발간된 《Rolling Stock》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자를 제작한 작가는 임민욱이 참여한 ‘피진기록’ 팀이다. 이 책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특질 중 구르는 이동성(Rolling)에 주목, 아기 업은 엄마부터 포장마차 지하철 배 등 온갖 ‘탈 것’에 대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모았다. 이후 2004년 임민욱이 작가 프레드릭 미숑과 함께 조직한 ‘피진컬렉티브’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출판물을 이용했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등이 (식민지 등에 의해) 토착 어휘들과 결합되어 만들어진 단순한 형태의 혼성어를 뜻하는 ‘피진’(Pidgin)이라는 팀 이름이 말해 주듯, 피진컬렉티브는 공식화되지 않은 언어들 ‘풀뿌리 정신’의 거친 메시지들을 담아낸다. 《피진버스투어:가리봉동》은 《Rolling Stock》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관광 가이드 책자의 형식을 띠고 있다. 마스터인쇄 등 저예산으로 제작된 출판물이지만, 액티비즘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며 ‘소통’의 기능에 충실한 책이다. “5714번 시내버스의 노선에 따라 이동해야 한다” 등의 행동 강령에 따라 가리봉동 공단 지역을 안내하는 이 책자는 개발주의의 어두운 이면을 들춰내며, 소외된 도시 풍경을 사회적 철학적 컨텍스트로 가져온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피켓》 《스크랩북》 등의 작업뿐만 아니라, 하자센터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과 함께 가리봉동에 이어 영등포, 창신동 등의 안내책자를 제작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때 제작된 인쇄물은 집에서 프린터를 이용해 인쇄하거나, A4용지를 반으로 접어 B5 사이즈의 판형을 만들고, 직접 스테이플러를 박아 제본하는 등 매우 소박한 형태의 자율출판물, 에디션프린트가 대부분이다. 한편 피진컬렉티브는 인미공 아카이브가 창설될 무렵 기관의 비전과 방향을 구성하는 자문으로 참여했다. 이때도 피진컬렉티브는 ‘바코드’를 벗어난 비주류의 유통망을 따르는, 그래서 쉽게 소개되지 않았던 해외 작가들의 출판물을 리스트에 올렸다. 이후 프레데릭 미숑은 작가 윤사비, 여다함과 함께 ‘AC퍼블리싱’을 조직했다. 물론 AC퍼블리싱에서 제작한 출판물 대다수는 역시 전문적인 편집 기술 없이 필요 없는 노래가사집, 플립북 등이다. 그 동안 이곳에서 제작한 책은 10권 내외, 혹은 훨씬 더 많을 수도 있다.(매우 유동적인 조직이기에 이들의 출판물 수를 정확하게 세는 것이 어렵다.) 2001년 배영환이 제작해 노숙자에게 무료 배포한 〈노숙자 수첩〉도 공공미술의 성격이 강한 출판물의 대표적 예로 소개할 수 있겠다. 이 수첩에는 무료급식소 숙소 화장실 병원 등 노숙자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생활 정보가 수록돼 있으며, 노숙자의 80%가 알코올 중독자인만큼 자가건강체크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6년 한 일간지에서 거대한 공공 조형물을 제치고 ‘공공미술 베스트 5’에 꼽히기도 했다. 최근 배영환은 〈도서관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도서관을 제작해 농어촌 같은 소외 지역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작년 3월 〈플랫폼 서울〉의 일환으로 아트선재센터에서 목재와 골판지로 만들어진 도서관 설계 모델을 전시 형태로 선보인 후, 5월 경기도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실행시켰다. 한편 수첩이라는 비슷한 외형의 출판물로, 작가 최소연의 공공미술 팀 ‘접는 미술관’에서 2006년 제작한 《명륜동》 《청파동》 등의 시리즈가 있다. 이 수첩은 주민 참여 워크숍과 공공미술 제안 드로잉 전시 등의 과정을 통해 8명의 연구원들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주제별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수첩 끝 부분에 크레딧 난에 “이 수첩은 복제와 배포를 적극 권장합니다”라고 적혀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출판물에 있어서 오리지널리티는 완전히 사라졌다.
작가들은 기본적으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메모지나 냅킨, 이런저런 종이에 그린다. 생전에 박이소도 설치미술을 하는 젊은 작가에게도 “평소 드로잉을 해라”고 종종 일렀던 것처럼, 작가들의 드로잉은 아이디어 스케치이자 이미지로 된 스테이트먼트이기도 하다. 단, 드로잉의 ‘가벼운’ 특성상 보관이 어렵고, 낱장으로 있어 서사 구조를 읽어내는 데 불편하다. 또한 그 수많은 드로잉을 모두 액자에 끼워서 전시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작가들은 드로잉을 모아 책으로 묶어내곤 한다. 이는 단순히 마음에 드는 드로잉을 무작위로 고르기보다는, 어떤 주제를 놓고 그리거나 배열함으로써 책 위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개인전이 된다. 작가 이주요는 2000년 《일단 한 번 눕기만 하면》이라는 책을 펴냈다. 키 작은 작가가 서구 사회에서 살면서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한 대안을 고안하여 수록한 책이다. 또한 2002년 《가습과 난방》이라는 책은 실내 공기뿐 아니라 사람의 몸 자체를 따뜻하게 하는 방법, 촛불을 이용해 몸을 덥힐 수 있게 고안한 온열 기구 등을 실었다. 2005년 《Two》에서는 작가가 1999년 이후 3년간 겪어 온 근육통을 해소하기 위해 시도했던 마사지 방법을 소개한다. 큐레이터 김현진은 이주요가 펴냈던 일련의 드로잉북을 두고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책은 아무래도 짧은 시간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전시보다는 시공간의 제약을 덜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 비교적 개인화된 매체라는 점에서 책 작업은 친밀하고 구체적인 관계 형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가의 성향에 부합했다.” 사실 이러한 개인적인 성향은 많은 작가들에게 해당될 것이다. 작업실에서(작업실 없는 작가들은 자기의 방에서) 외톨이로 틀어 박혀 조용히 드로잉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란 얼마나 전형적인가? 그 밖에 작가 김을과 김태헌의 드로잉북이 주목을 받았고, 젊은 작가들 중에서는 김혜나 최은경 등도 전시를 겸해서 드로잉북을 출간한 바 있다. 드로잉북을 펴낼 때 글을 함께 써서 싣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표적인 예는 안규철을 들 수 있다. 안규철은 2001년 《그 남자의 가방》에서 발표한 글과 그림 중 일부를 2004년 로댕갤러리 개인전에서 전시하기도 했고 같은 제목의 산문집을 같은 해 ‘현대문학’에서 다시 펴낸 바 있다. 남화연의 《작전하는 희곡》 《제3세계 심포니》 등도 비슷한 구성을 띠고 있다. 한편 그림 없이 오로지 글만 써서 책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작가 김범의 1997년 《변신술》은 이미지 없이 텍스트로만 국문, 영문, 일문, 중문으로 출간되었다. 그의 또 다른 책 《고향》은 〈도시와 영상: 의식주〉전(서울시립미술관, 1998)에서 “고향이 어디인지 모르시는 분, 고향을 알아도 감추고 싶어 하시는 분, 어딘가 작은 산촌 같은 곳이 고향이었더라면 하시는 분”을 위해 제작됐다. 전시에서 광고 전단지를 보고 작가에게 엽서를 보낸 관객에게 무료로 선물했던 《고향》은 이제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희귀본’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이후 박주연 김주현 박화영 구민자 김영은 김범 유병서 등 최근 텍스트로만 책을 내는 작가가 꽤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 발간된 《본문 없는 주석》은 미술가들이 직접 쓴 소설을 모은 책이다. 기획자는 “텍스트를 드로잉으로 사용하는(것처럼 보이는) 16명의 작가들에게 ‘글쓰기’의 의미을 살피면서, 매체 전환에 따른 상상력의 활성화와 전환을 꾀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글들은 어쩌면 전시장을 찾은 관객보다 많은 수의 독자를 확보하게 되면서도, 전시장에 놓인 작품처럼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아직 시각예술 중심의 미술 현장에서 작가의 텍스트를 평가할 만한 가늠자도 없을 뿐더러, 미술저널에서 조차도 이러한 사례를 다루기가 방법적 측면에서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공공미술의 방편으로 출판물을 활용하거나, 글과 그림을 모은 책 외에도 ‘인쇄’라는 매커니즘을 살려 프로젝트화하는 출판물 아트의 형태는 너무도 다양하다. 카테고리화하기에 애매모호한 점도 많고 여러 가지 특성이 동시적으로 드러난 경우도 많다. 가령 작가 Sasa[44]는 지독한 수집증과 편집증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그가 평소에 모은 음식점 영수증, 은행의 순서대기표, 영화표, 교통카드 사용 집계, 통화 내역 등을 ‘연감’으로 모아 2006년부터 매년 내고 있다. Sasa[44]는 2006년 《쑈쑈쑈: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를 재활용하다》 책자를 시작으로 ‘슬기와 민’과 박미나의 협업으로 《A Revised Inventory of Curating Degree Zero Archive》(2007), 《Heavy Metal (News) Around the World》(2008), 《人事書》(2009),《Our Spot: Tokyo》(2010) 등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또한 작가 홍승혜는 평론가 배리 슈왑스키와 공저의 시집 《Ways》와 플립북 《말나무》, 작품집 《Method of Space Cultivation》(2007)과 《Organic Geometry》(2009)를 펴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한 《지금 여기 서울》(2005)과 미디어버스가 제작한 《공공 도큐멘트: 서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발행한 《+82》와 《커뮤니티 프로젝트》 등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활동가들이 워크숍을 기반으로 한 활동 사항을 ‘출판물 아트’로 정리한 경우다. 미술평론가 반이정이 작가 최경태와의 협업으로 대안공간풀에서 열린 경원대 졸전에 서양 고전 명화를 포르노그라피로 패러디한 책자 《예술에 있어서 외설적인 것에 대하여》(2003)도 특이한 사례이며, 《D.T》의 1,2권은 디자인 분야로 분류되어 있지만 미술평론가 임근준 이영준과 작가 구동희 잭슨홍 김상길 박윤영 이동기 권오상 등이 참여해 책 위에서 다양한 실험을 펼쳤다. ‘출판물’을 이용한 작업들은 이제 미대생들의 졸전 작품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신진 작가들 사이에서 트렌드화되고 있다. 특히 이들에게는 포트폴리오를 대신하는 홍보물의 역할도 되어 주고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렇게 출판 프로젝트의 다양화, 활성화 현상을 목격한 작가들은 전시 도록이나 화집을 만들더라도 책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출판 프로젝트가 될 수 있도록 제작하기도 한다. 양혜규의 2009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도록과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생성하는 멜랑콜리 》는 한 작가의 개인 저작물이라기보다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읽는 단행본에 가깝다. 또한 우순옥 양아치 김주현 임흥순 김상돈 등은 전시 도록이면서도 하나의 기록물이나 전시의 배경을 이루는 스크립트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물론 전시를 만드는 기획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발견되는데, 아예 출판물 자체에 주목하는 급진적인 전시도 기획되었다. 2004년 큐레이터 최빛나가 아르코미술관에서 기획한 〈이것은 연애편지가 아닙니다〉전은 참여 작가들에게 전단지를 제작하게 해, 전시 기간 동안 대학로 주변에 배달되는 신문에 이 전단지들을 끼워 배포되도록 했다. 또한 2008년 갤러리팩토리에서 개최된 〈출판_기념회〉전은 ‘선출판, 후전시’라는 방법으로 작가들에게 각자 출판물을 먼저 만들고, 그 부산물로서 전시를 여는 것이었다.
현재 ‘출판물 아트’의 필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는 독립잡지다. 사실상 위에 기술한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 아트의 축약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독립 잡지(혹은 대안 잡지)는 문화예술 전반으로 주제를 확장, 사진 드로잉 글 그래픽디자인 등 지면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수록하되, 광고를 받지 않고 비영리에 가깝게 운영되고, 매니아층을 위해 소규모로 정기/비정기로 발행되는 책들을 일컫는다. 이러한 움직임의 시초는 1990년대 후반 평론가, 이론가 등이 글을 모아 잡지 형태로 발간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1998년 후반 온라인 게시판에서 확대된 《포럼A》는 동시대 미술과 사회 문화 전반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새로운 담론의 창으로 큰 역할을 했다. 미술평론가뿐만 아니라 작가, 문화활동가 등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소통의 창이었다. 실질적으로 《포럼A》를 제작했던 대안공간풀에서는 현재 보다 가벼운 포맷으로 《6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 2004년 미술평론가 김장언 김현진, 작가 양혜규 이주요, 디자이너 별이 조직한 ‘우적’(Friendly Enemies)은 2005년 비정기 간행물 준비호 《마돈나 루이자 베로니카 치치오네》를 발행했다. 이 잡지는 변모하고 있는 국제 미술 현장과의 상관 관계 속에서 국내 현대미술의 제 문제를 짚어 냈다. 잡지는 우적의 멤버들이 실제로 만나거나 온라인 채팅 등에서 나눈 대담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화자를 따로 적지 않고 전체 텍스트가 ‘콜렉티브 라이팅’이라는 방식을 최하고 있다. 이 간행물은 이후 2007년에 2-1호를 국문과 영문으로 출간했다. 《워킹 매거진》은 2006년 여름 현시원 안인용 황사라가 창간, 지금까지 7권의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사회적, 문화적 이슈에 대한 작업을 하면서 ‘작가-작품-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찾고자 하는 데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갤러리팩토리에서 발간하는 비정기 간행물 《VERSUS》는 작가 최승훈, 박선민이 아트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잡지는 특집이나 주제 없이 제호처럼 ‘이미지 vs. 이미지’ ‘텍스트 vs. 텍스트’ 등 두 가지를 병치시켜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2009년 계원디자인예술대학 내 H-Center에서 발행하는 《양귀비》는 ‘디자인 저널’을 표방하고 있지만 첫 호의 주제 ‘지리 정보와 지리 감각’에서 느껴지듯이 작가와 디자이너, 인문학자와 디자인 연구자, 공학자들이 참여하는 문화지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에 젊은 디자이너,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교류의 통로로 제작되는 독립 잡지들은 홍대 앞 등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 가운데 《가짜잡지》 《칠진》 《Nazine》 《쎄진》 《원피스》 등은 비교적 고정적인 발행 기간과 두터운 애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잡지는 태생적으로 영세한 프로세스와 저예산 등의 문제로 운영에 곤란을 겪기 일쑤다. 대형 서점에 입고되기 어려워 유통에 곤란을 겪던 중 최근에는 이러한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아트선재센터의 더북숍, 효자동의 헌책방 가가린, 대학로의 이음 등이 있으며, 온라인숍 유어마인드(www.your-mind.com)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립 출판의 생태를 발전시키기 위해 소규모 출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전시나 북페어를 개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출판물 자체의 수집과 보관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김달진자료박물관, 아르코미술관의 인미공아카이브, 원서동의 인문학박물관 등이 주목 받고 있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았던 주은지는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어떤 나눔: 공공 재원〉 프로젝트를 마련, 주은지의 개인 소장 도서와 전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료와 기관들에게 기부한 자료들이 모아 ‘자가 구성된 도서관’(Self-organized Library)을 아트선재센터에서 9개월간 꾸렸다. 현재 이 도서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책은 시작과 끝이 있는 무엇이며, 독자가 들어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심지어 길을 잃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하나의 출구를, 혹은 여러 개의 출구를 찾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 가능성을 찾는 공간이다.”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의 말처럼 책은 미술가에게 자유로운 공간이며, 무한한 우주가 되어준다. 앞으로 출판물은 어떤 모습으로 또 다시 진화하며 새로운 예술을 담아낼 것인가. 출판물 아트의 행보를 ‘독자’로서 지켜만 볼 일이 아니다. 지금 바로 당신도 ‘저자’가 될 수 있다.
-artinculture 2010년 3월호 특집 <Publising Art> 중에서
Ho
2010/03/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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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d lord
수도 결빙 2회 보일러 수리비 13만원 이번달 가스요금 18만원 겨울철만 되면 원망스러워지지만... 그래도 좋아요.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 ··· 3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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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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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우"
<보도자료 0211>
만인보(萬人譜 / 10,000 Lives) -제8회 광주비엔날레 주제 발표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가 발표되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11일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예술총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3일 개막하는 제8회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고은 시인의 연작시 ‘만인보(10,000 Lives)’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오니 감독은 주제를 고은 시인의 시집 제목에서 착안한 것에 대해 “올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고, 5․18의 정신성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이나 역사성에 비추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만인보(萬人譜)’는 고은 시인의 시집이기도 하지만 만인들의 삶, 특히 시각예술에 등장하는 온갖 이미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되고 순환되며, 훔쳐가고 교환되는 지를 관찰하는 ‘이미지의 일생’에 관한 미학적 담론을 펼쳐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오니 감독은 “20세기 초부터 오늘날까지 활발하게 작업하는 100여명 작가들의 작품을 초청할 것이며, 광주비엔날레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된 작품들도 전시작품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물작품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영역의 미디어작품들을 비롯해 인물에 대한 대체 모형물, 아바타 등 다양한 형식의 재료와 표현들이 등장하게 된다. 지오니 감독은 “대부분의 미술사는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에 관한 것이거나 신체를 응시하는 시선, 또는 우리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창조된 대상이나 인물들에 관한 것”이라고 피력하면서 “우리는 고대 신화로부터 이미지들이 연인의 그림자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오늘날처럼 아이콘에 대한 숭배의 병이 지속되는 상태나 이미지에 대한 광적 탐닉의 상태를 광주비엔날레를 통하여 광의의 문화언어로 탐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만인보’는 고은 시인이 198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투옥되었을 때부터 쓰기 시작하여 최근에 완간을 앞두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 내용은 시인이 전 생애를 통하여 만난 인물들이 실명으로 거론되며, ‘인류애의 백과사전’으로도 불리고 있다. 최근 고은 시인은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용우 상임부이사장과 지오니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만인보의 취지와 광주비엔날레가 잘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8회 광주비엔날레와 관련하여 도울 일이 있으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하였다.
<참고자료 1>
시인 고은과 ‘만인보(萬人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고은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다. 1958년 현대문학에 ‘눈길’, ‘봄밤의 말씀’ 등을 발표, 문단에 나온 시인은 한때 승려의 삶을 살기도 했다. 문인으로서 삶과 함께 그는 항상 현실을 도외시하지 않는 행보를 보여왔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수차례 옥고를 치렀을 뿐만 아니라 구금, 가택연금 등을 반복했다. 특히 1980년 5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일으킨 쿠데타에 저항하고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내란음모, 계엄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육군교도소에 수감, 죽음 직전의 극한 상황을 체험했다. 군법회의에서 20년형을 선고받고 독방에 감금된 시인은 ‘미치지 않기 위해’ 그가 아는 모든 이의 얼굴들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는 그렇게 탄생했다. 감방의 어둠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시인은 그의 어린 시절 마을에서 시작해 역사적 인물과 문학계 인사들, 그가 만난 모든 사람들을 포함할 아주 긴 시, 또는 연작 시집을 구상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앞에서 그가 만난 이들의 얼굴을, 그 이미지들을 기억하며 살아남았던 것. 그는 1982년 석방된 이후 1986년에 출판된 ‘만인보’ 1권을 시작으로 필생의 역작을 집필해 나갔다. ‘시로 쓴 인물사전’ 혹은 ‘시로 쓴 민족의 호적부’라 일컬어지는 ‘만인보’는 세계 최초로 사람만을 노래한 연작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작가가 유년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만났던 특정 인물들을 실명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큰 특징으로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등 7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만인보’는 25년여의 집필기간을 거쳐 올해 2월말께 3천800여편, 30권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지난해 말 탈고한 마지막 원고는 80년 광주민주화운동기와 역사적 인물들을 주제로 쓴 시들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
2010/02/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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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의 블로깅
원체 인기 많은 두 블로거지만, 특히 최근 며칠 동안 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포스팅이 장안의 화제. 한 명은 매체에 기고했던 글이고, 또 다른 한 명은 놀이로 올린 것이라 적확한 비교는 아니지만 평소 스타일이나 관심사만큼이나 '넷심'을 사로잡는 법 역시 매우 다름.
-미술·디자인 평론가 임근준의 경우, "대학 졸업을 앞둔 예비 작가에게"
-미술평론가 반이정의 경우, [티저 2탄] 김연아 나이키 티저 패러디 - 일단 그걸 사! (Just do it!)
Ho
2010/02/11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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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의 시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From 1/1000
Ho
2010/02/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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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 입은 소년/소녀가 들려 주는 이야기
‘써니 킴’하면 교복 입은 소녀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한 동안 전시장에서 이 소녀들이 보이지 않았다. 2006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 <완전한 풍경>(Perfectly Natural)에서조차 교복 입은 소녀 대신 전통 자수의 모티프를 얻은 회화가 주조를 이뤘다. 그리고 이후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동안 작가는 다시 유니폼(교복)을 입은 소년들과 함께 돌아왔다.
개념적 회화, 회화적 개념미술. 이 두 가지 미술의 형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써니 킴의 작품 세계를 더듬다 보면 자연히 그 차이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교복 입은 소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다 자라버린 소녀의 그림. 이러한 써니 킴의 초기 작업은 회화라는 매체를 사용한 개념미술의 느낌이 강했다.
교복 입은 소녀를 그리는 이유 써니 킴이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작가는 1.5세대 재미교포라는 성장 배경을 갖고 있다. 써니 킴이 미국으로 이민 간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작가는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계속 교복을 입어 왔고, 그래서 써니 킴은 자신의 가까운 미래 모습을 교복을 입은 ‘단정한 여고생 언니’로 떠올리곤 했다. 그러나 ‘이민’이라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어린 소녀에게 적응을 강요했고, 물론 교복 입은 여고생의 미래도 빼앗아 버렸다. 써니 킴에게 있어서 교복은 역사적 정치적 의미보다는 소속감을 부여하는 장치에 가깝다. 집단화는 구속을 주기도 하지만 명백한 정체성을 부여함에 따라 오히려 안정과 평안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독립큐레이터 이은주의 말대로 써니 킴에게는 ‘규율’은 억압의 장치가 아니라 그의 흔들림을 잡아줄 수 있는 기준점이자 그에게 정체성을 부여하는 안전한 기반으로서 수용되었다. 당연히 찾아올 줄 알았던 미래의 초상을 겪지 못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써니 킴의 유년기는 언제나 모호하고 누락된 시공간으로 남아 있다. 써니 킴은 초기 작업에서 이런 모호함과 불안정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오래된 졸업앨범에서 가져왔을 법한 여고생의 소풍이나 수학여행 사진 이미지들을 재조합해 외적 형태만 몽타주해 캔버스에 옮겨 그렸다. 치밀하게 계산한 도안을 그래픽디자인 이미지나 판화로 오인될 만큼 플랫한 느낌으로 그렸다. 또한 <Garden>(1998), <Underworld>(1999) 등 1990년대 후반의 작업에서 소녀들의 배경으로 이따금씩 등장했던 전통자수 배경은 이후 2006년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 <Perfectly Natural>에서 동양과 서양이 합체된 ‘완전한 풍경’으로 발전한다. 제목부터 아이러니해 보이는 이 전시에서 선보였던 <수양버들> <바위와 구름> <Flying Birds Lavender>(2005) 등은 전통 자수를 모티프를 삼고 있지만 교복 입은 소녀들을 그릴 때와 마찬가지로 껍데기의 공허함을 좇을 뿐, 실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를 그려냄으로써 심리적 보상을 받는 공간에 다름 아니다. 의도적인 차용과 배제에 근간을 둔 작업 방식은 여전하다. ‘완벽한 자연스러움’이라는 이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와 이를 표현하는 이성적이고도 다분히 의식적인 창작 방식은 명료한 의미 전달을 통해 주제를 강조하는 개념미술의 모습과 상당 부분 닮아 있었다.
열린 내러티브, 새로운 카논을 제시하다 개인사에서 출발한 써니 킴의 그림은 때로는 코리안 아메리칸이나 디아스포라 화두로, 때로는 전통의 현대화의 화두로 확대 해석되곤 했다. 그러나 담론은 유행을 타기 마련이고, 이러한 속성 때문에 작품의 생명력을 단축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일민미술관 개인전 개최 이후 한동안 써니 킴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다. “2년은 정말 힘들었었고, 그 후에는 정돈이 된 것 같아요. 일민미술관 개인전 이후 이전 작업을 그만두고 옛날로 돌아가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뒤집어서 생각하면서 태도와 작업이 변하기 시작했죠. 또한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롭고 관대해진 면이 있어서 그림 그리기가 훨씬 편해졌어요.” 그로부터 3년여의 시간이 지난 최근작은 이전의 그림과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최근작에서 작가가 머리가 아닌 손으로 그리고 있음이 확연하다. 그간 써니 킴은 그림의 매력에 한층 빠져 ‘회화’라는 고전적인 미술의 형식에 천착하는 시간을 가진 듯하다. 작가 역시 스스로 본인의 최근 작업이 ‘회화적’으로 변모했다고 고백한다. 가장 큰 변화는 그림의 레이어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과거 한 겹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그래픽 이미지 같은 질감이 아니라, 물감을 여러 겹 덧발라 작은 면적에서도 여러 가지 색깔이 중첩돼 드러나 보인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몽상적이고 아련한 분위기로, 맛과 냄새가 나는 그림이 되었다. 레이어의 증가는 색감뿐만 아니라, 디테일을 살리며 대상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캔버스에 그린 것은 정지된 순간이지만, 그려진 대상에서는 약간의 미동이 포착된다. 과거 교복을 입은 소녀, 혹은 전통자수에 등장하는 오브제의 외곽선에 주목하게 했다면, 최근작에서는 캔버스 화면 전체를 바라보게 함으로써 이미지의 내러티브를 강화시킨다. 화면은 대상뿐만 아니라 공간감과 빛에 의해 완성되고, 아울러 관객의 시점을 의식하면서 거리감 역시 주요 구성요소로 가져왔다. 가령 <Window>에서는 창밖을 바라보는 두 소년의 양쪽에 흰 벽이 놓여 있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소년들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분을 주기도 하고, 건너방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잃어버린 기억을 현재화시키는 것, 혹은 상상의 미래를 끄집어내어 현재에서 해석하기 위해 그에게 중요한 연구 방법은 영화와 소설을 보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서 등장하는 이미지는 영화에 나온 장면을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을 뿐 아니라, 영화와 소설 특유의 서사적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써니 킴의 회화에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움직이고 있는 이미지의 한 장면처럼 보여 전후 상황이 궁금해진다. “대상보다는 현재 그 대상이 처한 상황 자체를 그리고 싶어요. 이야기가 한참 전개되고 있는 중간을 잠깐 멈춰 놓은 듯한 느낌말이에요. 움직임을 살려서 이 이미지의 전은 뭘까, 후는 뭘까, 나는 어디에 있나…. 그 주위를 생각하게 되는 거죠.” 또 다른 차이점은 과거 소녀들과 달리 소년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인물은 정면이 아니라 뒷모습만 그리거나 머리 아래로만 그린 옆모습들이다. 표정이 없어 소녀들의 표정에서 목격되던 인위적이거나 가식적인 느낌은 없지만, 그들의 동작에서 여전히 경직되고 어색한 느낌이 의도적으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년들은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유니폼(교복)을 입고 있다. 소년들의 복식은 소녀들이 입었던 1960년대의 교복이라기보다는 흰 셔츠에 검정색 반바지에 멜빵을 맨, ‘단정한 차림’으로 보인다. 최근작에서 소년들의 외양을 보고 나니, 과거의 소녀들도 달리 보인다. 등장인물이 입은 교복은 물론 그동안 써니 킴의 작품에서 충분히 이야기됐던 근대사, 집단성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 밖에 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상에게 같은 옷을 입힘으로써 작가의 비감정적 상태를 표현하기도 하고, 어쩌면 작가의 미적 취향이 반영된 회화적 장치일 수도 있겠다. 유니폼을 입은 대상들은 하나 같이 꽤 균형 잡힌 일정한 체형이다. 여기서 오는 또 다른 경직성은 동시대의 새로운 회화적 ‘카논’(Canon)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술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회화’라는 형식에서 화가가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개념적 실험으로 점철된 동시대 미술에서 회화는 어떻게 수용, 이해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동시대 미술에서 그림이 가지는 힘은 유효하다. 단, 과거의 회화와 달리 훨씬 내밀한 사유와 선택적 장치가 필수조건으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 난제 때문에 작가는 그간 꽤 오랜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써니 킴은 작업이 지금처럼 더욱 회화적으로 변모하기까지 그림을 그릴 때 갖는 ‘태도의 변화’가 가장 컸다고 말한다. 그의 그림은 열린 내러티브와 새로운 카논을 통해 회화적 개념미술에서 개념적 회화로 한 걸음 또 나아가고 있다.
art in culture 2010년 1월호 <아티스트 인사이드>
Ho
2010/02/10 15:27
2010/02/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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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동방의 요괴들 심사평
‘동방의 요괴들’ 심사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심사 과정은 작년보다 2배 어려웠지만 200배 재미있었다.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보다 양적 부담. 공모자가 2배로 늘어났으니, 시간과 노력이 2배로 필요했다. 그런데 심사 과정에서 몰려오는 피로감이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겹지가 않았다. 지난 공모전에서는 '대학교 졸업 예정자'로 제한을 두고 있었지만, 올해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모두 수용했기에 응모작의 다양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작년 출품작들은 회화 작품이 강세를 띠며 미술시장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취가 역력하게 느껴졌다면 올해는 대개 우리가 신진 작가에게 기대할 만한 도전 의식, 참신함, 실험성이 뚜렷한 작품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그래서 더욱 기쁘고 반가웠다. 사람들은 묻는다. ‘동방의 요괴들’이 오늘의 미술계에서 난립하고 있는 여타의 공모전이나 신진작가 특화 전시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고…. 2년을 연달아 심사에 참여한 사람으로서, 또한 작년 첫 해로 실시했던 ‘요괴들’의 갖가지 프로그램의 실무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 답을 한 마디로 명쾌하게 대답하기에는 좀 머뭇거려진다. 풀어서 대답하자면 ‘동방의 요괴들’을 만든 art in culture의 색깔을 바탕으로 그리고 잡지라는 특성에 따라 매달, 매해 옷을 갈아입듯이 동시대에서 가장 새롭고 뜨거운 것을 담아내려는 의지가 녹아 있는 예술을 수용하는 곳이 바로 ‘동방의 요괴들’이 아닐까. 그래서 ‘요괴들’의 정체성은 매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떤 ‘요괴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올해의 ‘요괴들’의 작품 경향은 몇 가지 특징으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기만의 사소한 이야기를 꿋꿋이 전개해 나가는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일상’이라는 주제가 신진 작가 작품에서 ‘일상화’된 것은 이미 오래된 현상이지만, 작가적 상상력과 일상이 만나는 지점이 한층 더 내밀화, 다각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과거에 비해 훨씬 자유롭게 매체를 다루면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도 큰 장점이다. 또한 요즘에는 학생 시절부터 전시에 참여하는 기회가 늘어서인지, 작품을 디스플레이하는 센스가 전혀 ‘풋내기’스럽지 않았다. 즉 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남들 앞에서 세련되게 보이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아쉬웠던 점은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시대의 모순을 비트는 작업보다는 주변에서 찾은 소재들을 재해석, 재편집해서 다시 보여주는, 즉물적 단선적 접근 방식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회화 작품들의 경우는 역시 유화나 아크릴화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포토샵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디자인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몇몇 작품에서 ‘새로운 회화’의 출현을 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특정 물건을 극사실기법으로 그리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캐릭터를 패러디하는 그림이 아직도 등장하는 현상을 보면서, 혹시 신진 작가들 스스로 또 다른 ‘입시 미술’에 젖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일부 그림은 발랄함과 장식성만 있을 뿐 특정한 개념이나 가치관이 전혀 읽히지 않아 작품보다는 일러스트에 가까워 보였다. (이들에게는 ‘동방의 요괴들’보다는 ‘바른손카드’로 포트폴리오를 내보시길 권유한다.) 또 다른 특이 사항은 경제 한파, 시대의 우울증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어두운 작품이 많았으며, 외로운 현대인의 정서를 반영하는 듯 (애완)동물에 관련된 작업이 매우 자주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응모작 중에는 특정 작가를 떠올리는 작품도 간간이 보였지만 이는 요즘처럼 상호참조가 난무하는 미술계 상황을 감안하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작가들 사이에서 모든 공모전은 ‘운’이라고들 말한다. 사실 일정 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사 모든 것이 ‘운빨’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여타의 공모전에 비해 이번 ‘동방의 요괴들’의 심사 과정은 비교적 충실했으며 심사 기준도 매우 객관적이었던 것 같다. 이번 심사에서는 물론 양보다 질이 우선시되었지만, 작품 양도 꽤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출품작 수는 많을지라도, 비슷한 논리로 작동되는 단일한 컨셉트의 작품 역시 ‘자격 미달’로 간주했다. 또한 이미 다른 공모전이나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이 알려진 경우는 가급적 지양하려고 했다. 가장 중요한 선정 조건은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작가 경력란을 한줄 채우는 것보다는 ‘동방의 요괴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고 프로페셔널 작가로 발돋움시키려는 것이 본 공모전의 근본 취지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p.s 탈락한 작가들 중에는 만약 나 혼자서 내 마음대로 심사했다면 뽑아주고 싶었던 작가도 몇몇 있다. 이런 작가들은 개인적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활동상을 꼭꼭 숨어서 지켜볼 생각이다.
Ho
2010/02/0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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